[사설]의대증원 효력정지 기각, 이젠 의료계도 현장으로 돌아와야

2024-05-20     경상일보

서울고법 행정7부가 지난 16일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를 기각 또는 각하했다. 서울고법은 특히 의대생들에 대해, 소송 자격은 인정되지만 의대 증원을 멈출 경우 필수·지방의료 회복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의정 간의 갈등은 해소될 기미조차 없다. 울산대 의대는 지난 1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료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임영석 울산의대 학장은 “정부의 정책 입안과 추진이 1980년대식”이라며 “훌륭한 리더, 아니 적어도 실패하지 않는 리더라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대란은 정부가 2월6일 2025학년도 입시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5038명씩 뽑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 2월19일부터 전공의들의 사직이 시작돼 3월 말에는 93%까지 늘었다. 의대생들도 휴학으로 집단행동을 했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40개 의대의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1만626건으로, 전체의 56.5%에 달했다. 이어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가 없는 병원에서 피로가 누적되자 너도나도 사직서를 냈다. 이처럼 의료대란이 3개월을 넘기면서 환자들의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의협과 의대 교수 단체 등은 “재판부의 결정은 필수의료에 종사할 학생과 전공의, 교수들이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공의들은 법원의 결정에도 ‘병원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에서 “전공의와 의대 교수, 의대생은 더 이상 의대 증원에 딴지를 걸지 말고 집단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가 전공의들이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왜곡된 의료 전달체계를 개편하는 등 개혁을 추진하고, 전공의들이 돌아와서 안심하고 일할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정부가 공개한 국민 설문조사를 보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2%에 이르고 있다. 이제 의료계는 정부가 마련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 등 의료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또 의대생은 학업에 복귀하고 전공의와 교수들은 환자 곁으로 가야 한다. 의료계는 국민을 절대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