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울산작가 故 박흥대·정기홍 회고전, 익숙하고 편안하지만 가볍지 않은 작품들
2024-05-21 권지혜 기자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 1·2·3·4 전시장(전관) 및 야외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울산작가 박흥대·정기홍 회고전’에 울산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11시께 찾은 제 2·3 전시장과 야외전시장. 故 정기홍 조각가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이곳은 평일 오전 시각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전시장을 찾았으며, 전시장 앞에는 전시회를 축하하는 화환과 화분이 가득했다.
씨앗이 발아되는 과정을 형상화환 고 정기홍 조각가의 ‘자연으로부터’ 시리즈는 모두 곡선 형태를 띠고 있어 따뜻하고 밝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대리석, 스테인리스, 오석, 브론즈, 화강석 등으로 만든 조각 작품은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정 조각가가 두 딸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인 ‘자연으로부터민지’와 ‘자연으로부터여진’에서는 딸들을 향한 사랑이 느껴졌다.
이날 전시회장에서 만난 고 정기홍 조각가의 부인인 최윤주씨는 “전산과를 나왔는데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방학 때 남편이 운영하는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인연을 맺고 결혼까지 하게 됐다. 범서 선바위에는 남편의 작업실이 그대로 있다”며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작품을 진지하게 관람하는 것을 보고 울산의 문화예술 수준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나경(42·울산 남구)씨는 “고 정기홍 조각가의 작품은 맑고 밝고 경쾌하고 편안하다. 그러나 작품에 에너지와 메시지가 담겨있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진 않는다”며 “정 조각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故 박흥대 서양화가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제 1·4 전시장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과 천지의 기운이 만나 일으키는 재미와 즐거운 감정을 표현한 고 박흥대 서양화가의 ‘어허라 달구야’ 시리즈는 작품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또 풍경, 연, 정물 시리즈에서는 정겨움이 느껴졌으며 고 박흥대 서양화가의 화실에 있던 미술용품들과 스케치된 작품들에서는 작가의 생애가 그려졌다.
신춘희 울산이야기연구소장은 “대부분의 화가들처럼 박흥대 역시 순수회화로 출발했다. 그러다 1984년 제7회 경남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윈윈’이란 작품에는 순수회화가 아닌 실을 활용한 작품이 등장했다”며 “그러나 박 화백은 실 작업을 더이상 하지 않았다. 2000년대에 진입하면서 ‘어허라 달구야’ 시리즈가 박흥대 회화의 중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권중원(52·울산 남구)씨는 “고 박흥대 서양화가의 풍경 시리즈와 연 시리즈 작품은 색채와 주제가 익숙해 중장년층에게 편안함을 준다. 그러나 무난한 주제에도 작품의 깊이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