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호교 건립 100주년, ‘오래된 미래’에서 교훈 배워야
울산 최초의 근대식 교량이자 국가등록문화유산 제104호 ‘옛 삼호교’가 건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삼호동과 중구 다운동을 잇는 옛 삼호교(1924년)는 일제 강점기 태화강을 가로질러 연결한 울산 최초의 근대식 철근콘크리트조 교량이다. 일제 강점기에 군수산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목적으로 가설한 수탈시설이라는 아픈 기억을 지닌 100년의 유산이다.
그런데도 삼호교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조명하고 의미를 되새길만한 기념행사조차 없다. 주민들은 100주년을 기념해 사진전 등 관련 행사 개최를 건의했지만, 해당 구청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사정은 있겠지만, 근대 문화유산을 대하는 지자체의 시각을 보여주는 현주소라 할 수 있다. 이제라도 울산의 근대 역사와 문화자산을 세밀하게 연구하고 가치를 재정립해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고, 후세에게 제대로 된 문화유산을 물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도시 울산에는 국가 등록문화재는 아니지만, 조국 근대화를 상징하고 ‘태화강의 기적’을 간직한 근대 문화유산의 가치를 가진 건축자산이 많다. 일제 강점기부터 전통이 시작된 학교와 다리 건축물, 원도심의 골목길, 산업화 시대의 공장과 창고건축물까지 근대 문화자산이 도시 곳곳에 위치해 있다. 이 가운데 국가등록문화재는 옛 남창역사, 옛 상북면사무소 건물, 울기등대 옛 등탑, 언양성당과 사제 등 6건 뿐이다.
9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울산교(1930년), 60년대 울산 공업화 시대의 상징물인 태화교(66년), 울산 최초의 학교 실내체육관 울산초등학교 강당(39년), 남구 장생포 초등학교(61년), 남구문화원 건물 등 산업화의 역사를 간직한 근대 문화자산은 여전히 비등록 문화재로 남아있다. 현재는 다소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몇 세대가 흐른 뒤에는 세계문화유산이 될지도 모를 소중한 문화자산들이다.
10여 년 전 일본 오사카 국립 민족학박물관 취재 당시 1930년대 울산인들의 일상을 낱낱이 기록·보존하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사소하게 여기는 울산의 생활도구 조차 박물관에 소중하게 보관했다. ‘똥이라도 오래되면 문화유산’이라며 애지중지 여기며 보존하는 그들과 달리 울산은 근대유산을 지켜내지도 못하고 있다.
울산은 일제 강점기 수탈과 민초들의 삶, 공업화의 기억을 간직한 근대 문화유산의 보고와 같은 도시다. ‘오래된 미래’ 삼호교 활용·관리 방안을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