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건설업 사망사고 예방, 건설사 본사 안전전담자부터 배치하자
올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 이후 벌써 다섯 달이 지났다. 사망사고는 줄어 들었을까? 아니다. 최근에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1분기 정부 공식 통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지난해 대비 오히려 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망사고 시 처벌을 강화했는데도 사망사고는 왜 줄어들지 않을까?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사업장의 안전수준이 올라갈까? 결코 그런 일은 없다. 결국 돈의 문제이고 안전에 대한 투자의 문제이다.
사업주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울산 소재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의무사항으로 요구하고 있는 기본적인 체계구축을 지원한다. 체계 구축 컨설팅 비용은 불과 500만원에서 1000만원이다. 그럼에도 이 금액에 선뜻 나서는 업체가 드물다. 아직 직접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중처법 판례에 대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듯 하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껏 30~40여개 건설사와 접촉했으나 컨설팅 제안에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는 10% 내외에 불과하다. 건설사 대표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건설업 안전관리는 최근 30여년 동안 개별 건설현장에 대해 법이 적용되어 왔다. 법적 의무주체는 대표이사를 대리하는 건설현장 소장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법15조)를 현장소장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장소장에게 권한이 없음에도 책임만 지는 구조였다. 중처법은 다르다. 현장이 아닌 회사의 문제이고 대표이사의 문제다.
안전에 대한 투자는 전적으로 대표이사의 의지에 달려 있다. 대표이사가 단돈 500만원, 1000만원을 투자하지 않는데 안전 수준이 달라질 리 만무하다. 물론 최근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 그렇다면 건설경기가 좋을 때는 얼마나 투자를 했을까?
건설업의 사망사고 예방의 답은 현장소장이 아니라 대표이사에게 있다. 근로자 안전확보를 위해 최소한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본사 안전보건관리체계부터 갖추어야 한다. 체계구축을 위해 본사에 대표이사를 보좌하는 안전 전담자를 배치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1항, 2호에는 본사 안전보건전담조직을 규정하고 있다. 종합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순위 200위 이상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종합건설업체 2만여개 중 10%에 불과하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모든 건설사는 소속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본사에서 대표이사가 챙겨야 한다. 반드시 건설안전기사를 배치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자격이 없어도 된다. 본사 경리직원을 활용해도 된다. 겸직해도 된다. 업무에 따른 별도의 수당을 책정하면 된다. 합당한 비용을 주고 업무분장을 통해 챙겨야 한다.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공부해야 한다. 본사 안전전담자는 연중 상시적으로 체계구축 및 이행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소속 현장에서는 연중 상시 위험성평가 체계가 작동되어야 한다. 착공 후 1개월 이내 최초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매월 상시 위험성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작업반장급 이상 관리감독자는 당일 작업에 대해 사고위험요인과 예방대책(위험성평가표)을 작성해야 한다. 당일 작업 전 근로자들에게 위험성평가 내용에 대해 교육시켜야 한다.
건설공사 입찰자격 심사 시 반영되는 산업재해예방활동 실적평가 제도가 있다. 고용노동부 고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는 도급순위 1000위 이내가 대상이었으나 금년 1월1일부터는 2만여개 종합건설사로 확대되었다.
산재예방활동 실적은 PQ 심사 및 입찰 적격성 심사 시 신인도 평가에 반영된다. 실적을 인정받고자 하는 건설사는 산업재해예방활동 실적을 다음년도 2월말까지 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해 평가를 통해 입찰 심사시 신인도에 가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상에는 도급순위 200위 이내까지만 건설사 본사에 안전전담자 배치 의무가 있으나, 시공능력평가 제도는 2만여개 건설사 모두에게 해당이 되는 셈이다.
건설사 본사 안전전담자 배치는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에 기본이자 핵심이다. 본사에 안전을 담당하는 인력이 없는데 현장 안전관리가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 건설사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건설사 본사 안전 전담자부터 배치하자.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