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고물가 벽을 넘는 지혜,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2024-05-23     경상일보

전통시장은 상인과 서민들이 상품 거래는 물론 따스한 인간미와 정감을 교류하는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온라인 쇼핑 성장과 대형마트 출점 확대 등으로 인해 고객과 매출이 감소하며 생존의 막다른 골목까지 몰리게 된다.

이런 어려움에 처한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를 목적으로 2009년부터 온누리상품권이 도입됐다. 초기 지류형에서 디지털 전환 추세에 맞춰 모바일과 충전식 카드형 권종을 추가하며 사용 편의성과 혜택을 늘려왔다. 덕분에 연간 발행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여 발행 당시 200억 원에서 작년 기준 4조원으로 확대됐다. ‘온누리상품권 소비촉진 효과와 활성화 방안 연구’(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2023년)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은 약 24%의 추가소비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 효과성도 입증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온누리상품권은 구입과 사용이 불편하다는 편견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특히, 최근 고물가로 인해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온누리상품권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그간 온누리상품권 사용에 따른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왔다. 1세대 지류형 상품권으로 출발해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 QR 기반 2세대 모바일 상품권을 거쳐 2022년 8월 출시된 3세대 신용(체크)카드 기반의 충전식 카드형으로 발전해 왔다. 모바일과 충전식 카드형 상품권은 특정 판매처를 방문할 필요가 없이 앱으로 즉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충전식 카드형 상품권은 기존 신용(체크)카드를 앱에 등록·사용이 가능해 더욱 편리해졌고, 개인별 월 구매한도도 200만원까지 대폭 상향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쓸수록 가계에 플러스’ 되는 저금리 고물가 시대의 스마트 소비 전략이다. 울산의 농수산물도매시장, 가구거리 등 40여개 전통시장 및 상점가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10%의 할인(지류 5%)과 함께 전통시장 사용금액의 40%(금년 상반기 사용분은 80%)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그간 전통시장 이용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주차장과 신용카드 가맹률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전국 전통시장의 주차장 확보율은 80%에 이르고, 울산 전통시장도 비슷한 수준이다. 울산 전통시장의 카드 가맹률도 75%에 달해 결제 편의도 크게 개선됐다. 2022년 전통시장 실태조사(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청결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14점에 달하며, 서비스와 상품의 질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진 게 사실이다.

울산 전통시장 곳곳을 누비고 상인회장들을 만나보니 타 지역과는 확연히 다름을 자주 느꼈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이를 발판 삼아 자발적으로 혁신하려는 의지가 매우 높았다.

특히, 시장 서로 간에 격려하고 결속해 힘겨운 시기를 함께 이겨 내려는 따스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오른다 /(중략)/ 한 뼘이라도 꼭 함께 손잡고 올라간다/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울산의 전통시장이 이런 모습이 되길 바란다. 상인들이 함께 손잡고 올라가 기어이 온라인과 대형유통이라는 담을 넘는 담쟁이가 되고픈 희망을 본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벽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도록 울산시민들이 담쟁이 한 잎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5월 한 달 동안 중소벤처기업부 주관으로 전국에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를 위해 ‘동행축제’를 열고 있다. 울산은 세이브존 울산점과 손잡고 지역 소상공인·전통시장 제품 판매전(5.24~26)을 세이브존 1층 야외광장에서 개최한다.

울산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5월 동행축제’에 많은 시민들이 적극 동참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또 온누리상품권 애용을 통해 고물가의 벽도 거뜬히 이겨내길 바란다.

이종택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