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시장이 쏘아올린 ‘울산대병원 이전’ 향방은]울산대의대 증원 계기 27년만에 다시 공론화
김두겸 울산시장이 던진 ‘울산대학교병원 도심 이전’ 이슈에 지역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울산대병원이 위치한 동구에서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기대감을 내비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시민 접근성 향상, 타지역 의료 수요 유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은 충분히 기대할 만한 효과다. 특히 건립 중인 산재전문 공공병원이나 UNIST가 추진하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등과 연계한다면 수도권 의료 인프라에 버금가는 복합의료단지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27년 만에 재점화된 ‘도심 이전’
김두겸 시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하면서 “정부의 안대로 울산대 의대 정원이 현재 40명에서 120명으로 증원된다면, 이번이 울산대병원을 도심으로 이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접근성이 좋은 도심으로 옮기면 시민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고, KTX와 연계해 인근 포항과 경주, 부산 일부 수요까지도 흡수할 수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는 병원 이전할 명분이 없을 수 있으므로, 의료계와 심도 있게 협의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병원의 전신은 1975년 현대조선 부속병원으로 개원한 해성병원이다. 1997년 해성병원이 울산대병원으로 전환됐는데, 이때 병원 측이 남구와 울주군 등지에 새 병원 부지를 물색하기도 했다. 당시 무거동 시유지가 거론될 정도로 병원 설립 논의가 제법 구체화됐지만, 왜 시가 사립대 병원 부지를 제공하느냐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이는 대학병원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지역 의료 환경 개선과 연동되는 지역 발전의 큰 혜택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울산대는 1999년 기존 해성병원 건물을 증축하는 방법으로 병원 규모를 키웠고, 이전 검토는 없던 일이 됐다.
이후 지역 대표 병원이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늘 제기됐다. 하지만 구체적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하다가 27년 만에 김두겸 시장에 의해 전격 공론화됐다.
김 시장의 제안은 구체적인 그림 없이 구상 단계에서 여론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사회적 논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접근성’ 최우선 고려해야
울산대병원의 도심 이전 논의는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수도권까지 이동해야 하는 시민 불편과 경제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수도권 의료 인프라에 버금가는 병원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적정 의료 수요 확보가 관건이다. 110만 울산 시민만 그 수요로 볼 것이 아니라 부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근 도시와의 접근성이 용이해야 하는데, 동구의 경우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기 힘든 상황이다.
만약 울산대병원의 도심 이전이 추진된다면 남구 옥동 군부대 부지나 남구 무거동 울산대학교 부지 등이 고려될 전망이다.
이곳은 이예로와 부산포항고속도로, 경부선 등을 통해 인근 도시로의 접근이 용이하며, 향후 광역철도나 울산도시철도 1호선 등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인근 도시에서의 골든타임 확보도 가능하다.
수 년 전 언급됐던 야음근린공원의 경우 비용 대비 이전 효과가 크지 않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의 협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울산대병원이 도심으로 이전한다면 건립 중인 산재전문 공공병원,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등과 연계해 전국적으로 자랑할 만한 복합의료단지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특화된 지역 의료 인프라 구축을 통해 인근 도시 의료 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권역간 협력 체계 구축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대구지역 대형 병원은 대구를 비롯한 경북 전체를, 부산은 경남 전체 의료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며 “인구 소멸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의료 수요를 울산에만 국한하기보다 좀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