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연기금, 현대차·삼성 등 이사회 구성 반대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 통해 예고
독립성·여성수 부족하단 이유로
정의선 현대모비스 이사 선임 등
대기업 계열사 130곳 안건 반대
모비스 18일·현대차 19일 주총

2020-03-17     김창식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해외 연기금들이 의결권 사전공시를 통해 현대차, 삼성 등 대기업 계열사의 이사 및 감사 선임 등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상장사 사외이사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사외이사들이 상당수 교체될 예정이나, 해외 연기금들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예고돼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변수가 되고 있다.

1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의결권정보광장(vip.cgs.or.kr)에 따르면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BCI), 캐나다연금(CPPIB),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 플로리다연금(SBAFlorida) 등 해외 연기금이 의결권 행사 사전 공시를 통해 반대 의결권 행사를 예고한 기업은 총 130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연기금은 특히 주로 현대차와 삼성 등 대기업 계열사의 이사회 구성에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오는 18일 주총을 여는 현대모비스와 관련해 해외 연기금 6곳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기업지배구조원 분석 결과 현재까지 파악된 외국 기관투자자 6곳 모두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해외 연기금의 반대 이유로는 BCI는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서’라고 밝혔고, OTTP는 ‘이사회의 여성 수가 충분하지 않다’며 성별 다양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 플로리다연금은 이사가 3곳 이상의 이사회에서 속할 때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모비스와 함께 현대차, 기아차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부친인 정몽구 회장의 사내 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정 회장은 21년 만에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미등기 임원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주총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임기 3년의 사내이사로 재선임한 뒤, 곧바로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직에 선임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해외 연기금들은 19일 현대차 사옥에서 열리는 현대자동차 정기주총에서의 최은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관련해서는 6곳 중 5곳이, 김상현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6곳 중 4곳이 반대 입장을 냈다.

또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김준규·임창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 6개 해외 연기금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주로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해외 연기금들은 삼성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 최윤호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7곳 중 4곳이 반대했다.

이 중 플로리다연금은 최 후보자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겸한다는 이유에서 반대한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 한종희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7곳 중 3곳이 반대 의견을 냈다.

해외 연기금들은 18일 주총을 갖는 삼성SD가 낸 전영현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도 6곳 중 5곳이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을 사전 공시했다.

LG생활건강(18일)의 경우 김기영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입장을 밝힌 5개 해외 연기금 모두가 반대 입장을 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