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부족한 인성교육, 다시 한번 되돌아 볼 때
봄의 대명사이며 가정의 달이기도 한 5월, 우리 머리엔 때 이른 여름이 찾아왔다.
가정을 이루는 과정의 시작점일 수 있는, 그리고 많은 기혼자가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할 만큼 행복한 추억을 남겨주었던 남녀 간의 교제가 어느새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는 사건·사고의 주인공이 되어 상대방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하루 40여건의 교제폭력이 이루어지고 있고, 지난해 검거된 교제폭력 피의자는 1만4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은 사건까지 수치화한다면 그 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최근 교제폭력 중 가장 이슈가 되는 의대생 살인사건은 20대 명문대 의대생이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으로,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수능 만점자였던 의대생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지만, 성적만을 강요받으면서 성장한다는 것이 어떤 결과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무서운 사건이기도 하다. 그저 모든 내용을 암기해야 하고 한 문제도 실수해서는 안 되는, 오로지 학업과 성적에만 매달리게 하는 교육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은 인간관계의 기본을 익혀야 하는 청소년기에 문제를 맞히는 기계로 내몰리기도 한다. 자녀를 지나치게 소중하게 여기는 과잉보호 혹은 ‘자녀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편견에 치우친 잘못된 양육방식은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을 우선시하는 개인주의를 넘어 극도의 이기주의를 초래한다. 이같은 이기주의는 결국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연인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아이러니한 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그리고 전 세계 유일하게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나라이다. 2014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2015년 7월21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대한민국헌법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교육기본법에 따른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人性)을 갖춘 국민을 육성해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에 명시된 인성교육의 정의는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다. 인성교육의 기본방향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가정 및 학교와 사회에서 모두 장려되어야 하고, 둘째 인간의 전인적 발달을 고려하면서 장기적 차원에서 계획되고 실시되어야 하며, 셋째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참여와 연대하에 다양한 사회적 기반을 활용해 전국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인성 지표는 꼴찌 수준이고 딱 하나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덕적 지식(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아는 것만큼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이미 인성교육의 필요성은 전 세계의 관심사로 떠 올랐다. 우리나라 대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글로벌기업에서도 스펙 대신 인성을 보겠다고 선언한 지 오래이며 인성검사를 비롯한 NCS(국가직무 능력표준) 등이 적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무한 경쟁의 시대로 천재 한 명이 천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성공한 CEO들의 대부분 업적도 수많은 인재와의 협업 즉 팀워크의 결과물로, 현재 많은 교육현장에서는 팀워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인성의 8가지 덕목, 즉 배려, 소통, 정직, 예절, 존중, 책임, 협동, 효 등을 중시해왔다. 그러나 핵가족, 핵개인화 사회에서는 인성 교육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성은 책이나 별도의 교육을 통해서라도 채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으로까지 정해져 있는 인성교육은 빠를수록 좋다. 특히 인성교육은 어린이, 청소년들만 받는 교육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교육의 시작은 가정에서 출발하는 만큼 자녀들의 올바른 인성을 위해서는 부모들의 적극적인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