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중견 시인의 눈에 비친 일상

2024-05-28     차형석 기자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시인들이 시집을 잇따라 출간했다. 주인공은 강미숙·박태만·서일옥 시인. 강미숙 시인은 <원동 나들이>를, 박태만 시인은 <황소가 가다>를 서일옥 시조시인은 <크루아상이 익는 시간>을 각각 펴냈다.

원동


◇원동 나들이

강미숙

의 시집 <원동 나들이>(두레문학, 143쪽)는 △1부 고향길에서 △2부 사계 탐방 △3부 물빛 바구니 △4부 원동 나들이 △5부 맛보기 △6부 동심 △7부 창작노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담쟁이’ ‘막걸리’ ‘비닐봉지’ ‘손주 바라기’ 등 저자가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소재로 시로 적었다.

저자는 시집에서 ‘막걸리’를 “막걸리 찌그러진 양재기에 채워야 제맛이지…겉절이 안주 덜렁 집어 먹어도 땀내 찌든 손이 천박하지 않은 술이다”라고 표현했다.

황정산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강 시인의 시는 삶의 일상에 근접해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매몰되거나 신변잡기에 떨어지지 않는다”며 “그는 생활을 시로 만들어 내는 흔치 않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삶의 세세한 경험들이 그의 언어를 통해서 우리를 또 다른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한다”고 했다.

강 시인은 경남 거창 출신으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로 15년간 재직하다가 현재 독서논술교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문학공간>의 시조로 등단했으며, 2020년 <현대시조> 신인상과 <두레문학상>을 수상했다. 경남문인협회 회원이다.

황소가

◇황소가 가다

박태만

박태만 시인의 <황소가 가다>(문학바탕, 143쪽)는 △1부 황소가 가다 △2부 산다는 것은 △3부 푸른 신호등 △4부 못 다한 참회 △5부 시시한 시놀이 등으로 돼 있다.

1부 ‘황소가 가다’는 농촌 출신의 저자가 어릴적 논밭 등에서 경험을 토대로 황소를 바라본 그의 생각을 표현했다.

저자 박 시인은 “네가 만든 이랑 네가 휘저은 써레질이 새 생명의 태반이 되고…가을이면 너의 그 넓은 황금 잔등 황금빛 나락이 열리고…”라고 적었다.

박 시인은 “시가 그렇게 잘나지도, 시인이 글재주가 뛰어나지도 못하다. 즐겁고 재미있는 늙음을 만들어 보려고 시작한 공부가 작은 열매가 되었다. 여태까지 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정리해 보려고 했는데, 펼쳐놓고 보니 비루한 삶의 변명과 허구만 가득하다”며 “함께 시놀이를 하면서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보자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경남 진주 출신의 박 시인은 진주고와 국민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육군 중위로 예편했으며, 뒤늦은 나이에 시 공부를 해 2018년 <문학바탕>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현재 민용태시포럼 회원이다.

크루아상이

◇크루아상이 익는 시간

서일옥

서일옥 시조시인의 <크루아상이 익는 시간>(도서출판 작가, 111쪽)은 △1부 와이셔츠를 다리며 △2부 여자라는 악기 △3부 숲 △4부 젓갈과 참치캔 △5부 봄의 화폭으로 구성됐다.

서 시인은 ‘크루아상이 익는 시간’ 시에서 “켜켜이 말아 올린 상큼한 언어들이 몸속의 통점을 밀고 부풀어 오르면 꽃잎은 시간을 열고 미소를 짓는다”라고 표현했다.

이우걸 시조시인은 “그는 월권과 부패 혹은 부조리와 성적 차별 혹은 전망 부재의 오늘을 질타할 때도 그의 가슴 한 곳에 이런 사랑과 긍정의 세계관을 간직하고 있는 시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의 질문들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너무나 가슴 아픈 절규이거나 간절한 부탁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개선을 위한 건강한 목소리다”라고 했다.

경남 창원 출신의 서 시인은 경남대 교육대학원 교육행정학과를 졸업했고, 1990년 경남신문의 신춘문예에 시조에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한국시조시인협회상과 윤동주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냉혹한 묘사가 담긴 ‘사실주의’ 시조를 써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