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생태학습 도구로 전락한 야생동물

2024-05-28     신동섭 기자
환경이 개선된 것을 반영하듯 지역 공원 인근의 구거와 하천 등에서 도롱뇽과 가재 등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생물이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야생동물 보호에 관한 홍보 부족과 관리 지침의 부재로 어린이들의 생태학습 과정에 생물들이 채집·포획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찾은 울산 북구 오치골공원 일원. 양정생활체육운동장과 오치골공원 일대에는 주말 소풍을 즐기러 나온 주민들이 빼곡했다. 공원에 인접한 양정천에는 십여명의 아이들이 물고기와 올챙이, 개구리를 채집하고 있었다. 아이 부모들 역시 아이들과 함께 양정천 곳곳의 바위를 들추거나 뜰채를 휘둘렀다.

플라스틱 어항과 컵 등 채집통에는 개구리, 올챙이는 물론 가재, 도롱뇽 등이 들어 있었다. 공원 일대에는 채집 금지를 알리는 경고문이나 식생에 대한 안내문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학부모 A씨는 “우리들이 어린 시절 시골 냇가나 계곡에서 개구리 등을 잡았던 것처럼, 아이도 이런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 생태학습 차원에서 나들이 나왔다”며 “예전에는 교외 먼 곳까지 나가야 볼 수 있던 것들이 이제는 시내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오치골공원에 도롱뇽이 잡힌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도롱뇽뿐만 아니라 1급수에서 서식한다는 가재도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야생동물 관련법에 대해 고지하자 “잡으면 안되는 줄 몰랐다. 어릴 때부터 해오던 거라 불법인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27일 시에 따르면 도롱뇽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아닌 야생동물이라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포획·채취하거나 죽여서는 안 된다. 채집은 시·군·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며,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처럼 야생동물 채집·포획 시 처벌이 따름에도, 지자체들은 관련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식생 조사나 보존에 소홀하다. 이에 환경 개선 사업을 위해 무작정 예산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환경 개선 사업과 더불어 사업 전후 식생조사와 보전까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산시 관계자는 “야생동물 채집·포획에 관해 관할 구청에 홍보를 요청하겠다”며 “개선된 자연환경을 관광 자원화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