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도 일평생 만나기 어렵다는 이 꽃, 울산서 오죽(烏竹) 꽃 피었다
2024-05-29 신동섭 기자
울산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 공원 일원에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오죽(검은 대나무)’ 꽃이 피어 눈길을 끌고 있다. 길조로 알려진 오죽꽃이 핀 것은 울산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선바위 휴게소 일원. 소나무 사이 사이로 오죽이 심어져 있다. 인근에 심어진 푸른 대나무와 다르게 얇고 검은 대나무가 오묘한 광택을 뽐낸다. 대나무 줄기에는 노랗고 마른 꽃이 피어 푸른색을 뽐내는 주위와 대조를 이룬다.
선바위 휴게소 사장 윤모(75)씨는 “35년 전 선물로 받은 화분에 심어진 오죽 한 뿌리가 이렇게 큰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꽃을 피운 대나무들이 모두 지고 나면 그 자리에서 또 다른 대나무가 자란다는데, 대나무 생장 기간을 생각하면 일평생 한 번 밖에 못 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까마귀 오(烏)자를 사용하는 오죽은 검은 대나무라는 뜻으로, 일반 대나무와 달리 검은색의 얇은 줄기를 가진 독특한 특성으로 조경용이나 세공 재료로 많이 쓰인다. 푸른 대나무와 달리 검은 대나무로 외래종이 아닌 우리나라 자생종이다. 조선 중기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생가인 강릉 오죽헌 명칭이 오죽에서 유래됐다. 공식적인 오죽 개화 사례는 드물다. 지난 2014년 진주 논개사당과 강릉 오죽헌, 2022년 진주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에서 오죽꽃이 피어 화제가 됐다. 울산에서 오죽꽃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발견된 적이 없었다.
대나무 개화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신비한 현상으로, 예로부터 대나무꽃이 피면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징조로 여겼다.
대나무꽃은 생리적 특성상 60~100년에 한 번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생 한 번 꽃을 피워 씨앗을 맺고 집단으로 죽는 특성이 있는데 이를 ‘개화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식물에 있어 개화란 쇠퇴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대나무 역시 줄기가 시들어갈 무렵에야 꽃을 피운다. 또 같은 뿌리에서 나온 줄기는 나이에 상관 없이 모두 같은 해에 꽃을 피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대나무 숲 전체가 사라져버리기도 하며, 같은 뿌리에서 나온 줄기의 일부를 떼어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심으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원래 줄기와 같은 날 꽃을 피운다. 아직까지 대나무 개화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선바위 휴게소 일원의 오죽 또한 수m 폭의 산책길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오죽 군락이 동시에 꽃을 피우고 있다.
정재엽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연구사는 “오죽은 꽃 핀 부분은 죽고 다른 뿌리가 자라나는 뿌리 번식을 한다. 60~100년마다 개화하는 생리적 특성으로 인해 자생종 대나무 개화는 박사들도 일평생 연구하며 한번 보기 어려울 정도로 데이터가 부족해 연구가 굉장히 어렵다”며 “현재 학계에선 대나무 개화에 대해 이상기후보다는 대나무의 생리적 특성에 의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개화 원인은 다음 세기 혹은 두 세기 후에나 밝혀질 것 같다”고 부연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