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상생 외면하는 이전 공공기관들, 대의명분 잊었나
울산혁신도시로 공공기관이 이전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지역 상생 의지는 여전히 밑바닥이다. 물론 이 중에는 지역에 밀착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역에 대해 크게 애착을 갖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상생 의지가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은 이제부터라도 혁신도시를 통한 지역의 신성장동력 창출이라는 대의명분을 되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 주민간의 이질감만 깊어질 것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9곳의 재화 구매액은 총 541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중 울산지역 물품 우선 구매 비율은 94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구매액의 19.4%에 그친 것이다. 이는 타 혁신도시가 20~30%를 웃도는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특히 국립재난안전연구원(5.7%), 한국산업인력공단(4.8%),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4.3%), 한국에너지공단(4.3%), 근로복지공단(3.3%) 등은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었다.
구내식당 로컬푸드 구매 실적이 0원인 기관도 있었다.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근로복지공단,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본부는 지난해 구매액이 0원이었다. 지역에 대한 애착이 거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혁신도시내 10개 공공기관의 전체 구매 실적은 4억1100만원으로, 지역 구매 비율이 21%에 불과했다. 공공기관이 왜 내려 왔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혁신도시내 공공기관의 체육시설, 대강당 등 주민개방시설도 말이 ‘개방’이지 닫힌 시설이나 다름없다. 6곳의 주차장은 임·직원, 방문 민원인 등이 활용하는 단순 주차장으로, 평일에는 개방하지 않거나 당사 방문 목적이 아니면 사용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외 각 기관별 풋살장, 족구장, 축구장 등이 있는데 일부 시설은 주민들조차 모르고 있다.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반면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경우 일부 체육시설을 주말에만 개방함에도 지난해 총 이용이 142건에 달했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지역의 혁신도시로 내려보낸 것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사회적 격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큰 기대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 보면 공공기관들의 상생 의지는 생각보다 덜하다. 따라서 이전 공공기관의 상생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평가시스템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