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약류 단속, ‘울산식 하수기반역학’ 모델 개발하자

2024-05-30     경상일보

울산이 불법 마약류 확산세로 초비상이 걸렸다. 지역 하수처리장 유입 하수에서 필로폰, 암페타민, 엑스터시 등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는데,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마약류 사범도 급증하고 있다. 이는 울산이 마약 청정도시는커녕 불법 마약 사용이 일상인 도시가 됐음을 보여주는 위험신호로 읽힌다.

마약류는 한 번 손대면 빠져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중독성과 확산성이 강하다. 마약류로부터 울산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해 불법 유입과 유통 차단, 단속 및 검거 강화, 예방교육과 치료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울산시와 검·경, 교육청 등은 ‘마약과의 전쟁’에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할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4년간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 울산지역 전 하수처리장의 유입 하수에서도 코카인을 제외한 불법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다. 강력한 각성과 흥분 작용을 일으키는 ‘암페타민’ 추정 사용량은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았다. 식약청은 지난 3년간 울산의 인구 1000명당 1일 평균 필로폰 사용량을 11.12㎎로 추정했다.

하수처리장 시료가 이 정도라면,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마약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울산의 마약류 사범은 최근 급증 추세다. 울산경찰청 자료를 보면 마약사범은 2020년 132명에서 2022년 220명, 지난해에는 505명으로 급증했다. 인터넷 등 SNS와 택배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마약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선박을 이용한 해양 마약밀수 시도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6일 울주군 온산항 제3부두에 입항한 화물선박의 해수 흡입구에서 코카인 28kg이 적발됐는데, 이는 93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분량이다. 울산항과 온산항도 마약밀수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에 따라 울산의 촘촘한 분류식 하수처리기반을 적극 활용해 마약류 실태조사 시범사업을 실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99% 분류식 하수처리율을 보이는 울산은 ‘하수기반역학’ 모델을 도입 활용할 수 있는 최적지라 할 수 있다. 센서를 개발해 가정에서 지선-간선 관로로 연결되는 하수관로를 역추적하면 마약류와 세균 등의 최초 배출지를 특정할 수도 있다.

‘울산식 하수기반역학’ 모델 개발 및 사업화 방안을 적극 추진하자. 이 모델이 성공한다면 울산시민은 물론 코로나19, 인플루엔자 등 감염성 병원체로부터 인류를 지켜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