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초대석](2)이대진 울주군청 해뜨미씨름단 감독, “울산 씨름 두번째 전성기…목표 상향 조정”

2024-06-03     이춘봉

씨름은 한때 국민 스포츠였다. 천하장사 결정전이 펼쳐지면 TV 시청률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씨름 중계로 9시 뉴스가 연기될 정도였다.

씨름 인기가 절정을 구가할 당시 울산을 연고로 하는 현대중공업 씨름단은 이만기라는 불세출의 스타를 영입하면서 성적과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울산은 자연스레 ‘씨름의 도시’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씨름의 인기가 쇠퇴하면서 그 이름도 빛이 바래졌다.

현대중공업 씨름단의 뒤를 이어 출범한 동구청 돌고래 씨름단이 꾸준한 성과를 냈지만, 예산 문제로 존폐 위기에 처하면서 울산 씨름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울주군이 돌고래 씨름단을 인수해 울주군청 해뜨미 씨름단을 창단했고, 해뜨미 씨름단은 올해 열린 민속씨름 대회에서 두 차례 단체전을 모두 제패하면서 울산 씨름의 제2 전성기를 열고 있다.

이대진(54) 해뜨미 씨름단 감독은 이런 울산 씨름의 성쇠와 재도약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고향인 충남 당진에서 초등학교 시절 씨름을 시작한 이 감독은 영남대학교를 졸업한 뒤 1994년 현대중공업 씨름단에 적을 두며 울산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이 감독은 현대중공업 씨름단을 거쳐 2000년 창단한 돌고래 씨름단 감독을 맡으며 울산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동구청 씨름단에 이어 해뜨미 씨름단 감독을 24년째 역임하고 있다. 국내 씨름판 최장수 감독이 바로 이 감독이다.

이 감독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애정이 씨름도시 울산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 정 회장의 씨름 사랑이 각별해서 씨름단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내 씨름대회를 열기도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돌고래 씨름단에서 해뜨미 씨름단으로 넘어올 때가 씨름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라고 돌아봤다. 그는 “동구의 재정난으로 팀 해체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선수들도 크게 동요했는데 다행히 울주군이 인수해 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가장 기뻤던 순간은 2022년 열린 천하장사씨름대축제 단체전 우승”이라며 “전국 민속씨름 최강단의 자리에 올랐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미소 지었다.

이 감독은 해뜨미 씨름단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다. “태백과 금강, 한라급의 라인업은 매우 좋은 편인데 백두급이 조금 약하다”며 “올해 입단한 울산 출신 김병호 선수가 유망주여서 가능성이 충분한데 연습 파트너가 없어 보강이 필요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씨름의 매력이 ‘찰나’에 있다고 예찬했다. “씨름은 빨리 끝나는 종목이다.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데, 1초 만에 갈리는 승부에서 웃기 위해 하루 종일 반복 훈련을 하고 그걸 견디는 게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복 훈련이 쉽지는 않다”며 “죽을 고생을 하고 샅바를 잡았는데 허무하게 패하면 자포자기할 수 있는데 그걸 잡아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학교 체육과의 연계성을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에서 학교 체육과 실업·프로 체육이 연계된 종목은 씨름과 축구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씨름은 해뜨미 씨름단이 있지만, 울주 관내에 초등학교 팀이 없을 정도로 뿌리가 깊지는 않다.

이 감독의 올해 목표는 연내 열리는 다섯 차례 단체전 중 두 차례 이상 우승을 차지하자는 것이었다. 해뜨미 씨름단은 3월 열린 평창오대산천장사씨름대회에 이어 4월 문경장사씨름대회에서 연속으로 단체전 정상에 오르며 일찌감치 목표를 달성했다. 이에 연말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 민속씨름 최강단 자리에 오르는 것과, 단오·추석대회 개인전을 2체급 이상 석권하는 것으로 목표를 상향 변경했다.

이대진 감독은 “울주군의 지원과 군민들의 열렬한 응원, 선수들의 노력이 맞아떨어져 해뜨미 씨름단이 강호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며 “군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응원을 생각하며 훈련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춘봉 사회문화부장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