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정원 먹거리단지,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절실하다
국가정원 먹거리 단지 일원의 상가 임대료가 최고 2배까지 치솟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일대 가게 주인들은 계속 오르는 임대료를 내지 못해 결국 국가정원 상권을 떠나고 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카페 등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들어서고 있다. 국가정원 일대 상권에도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가 계속 상승하면서 이를 감내하지 못하는 기존 임차인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외부 대기업 임차인들이 옛 도심 상권 안으로 유입되면서 골목상권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특히 상인이나 예술인들은 자신들이 투자하고 가꿔 명소화된 지역에서 쫓겨난다는 사실에 큰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울산 중구의 경우 중구청이 각종 지원을 통해 문화의거리에 60곳의 문화예술업종을 유치했으나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 아직도 기존 상권이 제대로 활성되지 않은 실정이다.
국가정원 일대 먹거리 단지는 원래 태화불고기단지로 통용됐으나 지난 2011년 십리대밭 먹거리 단지로 재정비되면서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후 2019년에는 명칭이 태화강 국가정원 먹거리 단지로 변경됐다. 약 2.5㎞에 이르는 이 단지에는 일반음식점, 카페 등 다양한 맛집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상가임대차 보호법상 규정된 기간이 끝나고 난 뒤 가게를 이전하거나 장사를 접는 일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 상가 주인은 10년 만에 임대료가 2배 이상 올라 고민 끝에 이전을 결정했다고 한다. 또 한 상가에서는 한두 달 걸러 가게가 바뀌고 사장들이 떠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젠트리피케이션을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활력을 잃은 지역을 재도시화하면서 도시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도 있다. 다만 소상공인들과 지역상권이 다 함께 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지역특색도 없고, 경쟁력도 없는 단순한 ‘묻지마 투자 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실제로 예술가와 상인이 밀려나고 그 혜택을 건물주와 거대자본이 독식하는 경우를 서울과 경기도 등지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뜨는 상권에서 상인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더 이상 개인 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국가정원 상권이라도 해도 특색을 잃어버리면 쇠퇴의 길로 가게 마련이다. 울산시와 중구청은 국가정원 주변 상권의 임대료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