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유국의 꿈’, 정부 지원과 석유공사의 혁신 더해져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심해에서 막대한 양의 가스와 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는 해저 지형이 발견됐다. 정부는 물리탐사 결과 석유 환산 기준으로 최소 3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국내에서 천연가스를 최대 29년 간, 석유는 4년 이상 쓸 수 있는 엄청난 규모로, 국가 에너지 수급 및 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산유국의 꿈을 실현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나 멀다. 정확한 매장량과 상업화 가능성은 심해 깊숙이 구멍을 파는 탐사시추를 해 봐야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해 탐사 시추에는 최소 5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다.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석유공사는 부채(약 20조원)가 자본보다 많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정도로 자금조달 여건이 좋지 않다. 석유공사는 뼈를 깎는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 전문성 강화 등 변화와 혁신으로 재무장해 포항유전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국정브리핑에서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근 140억 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울산동해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금세기 최대 심해 유전으로 평가되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자원량(110억 배럴) 보다 많은 엄청난 규모다, 만약 심해 유전개발이 성공한다면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고, 자원 빈국의 설움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유전개발 성공률을 20% 정도로 봤다. 아직은 석유·가스 개발에서 실패할 확률이 80%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영일만 유전은 국민들에게 산유국의 꿈을 다시 심어주기에 충분한 뉴스다. 이를 반영하듯 주식시장에는 석유개발과 관련된 종목이 무더기 급등하며 유전광풍이 불었다. 에너지의 97~98%를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의 현실과 산유국의 꿈을 담은 베팅이라 할 수 있다. 울산동해가스전 처럼 짧은 꿈이 아니라 오랜 기간 ‘산유국의 꿈’을 실현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일 것이다.
포항 심해유전 개발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열정이 더해져야 한다. 이번에야 말로 석유공사가 만년 부실기관의 오명을 떨쳐내고 전문성 있는 에너지 공기업으로 환골탈태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