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의 더불어나무(29)]북구 무룡동 달곡마을 말채나무
말채나무는 무룡동 달곡마을 맨 안쪽 주택(무룡동 717-1)에 있다. 예전 외양간과 창고 사이에 있었다. 창고보다 더 높이 뻗은 나뭇가지마다 꽃이 잎을 덮을 정도로 꽃 핀 모습이 생각나 20여 년 만에 찾았다. 이제는 텃밭 한 켠에 서 있다. 5월18일 찾았을 때 막 꽃이 피기 시작했다. 한 주 지난 25일 새벽에 다시 찾았다. 이제는 꽃들이 바닥에 더 소복이 쌓였다. 주중인 5월22일 즈음 절정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강한 바람에 빨리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나무는 20년 전 84세였던 집주인 어르신의 시어머니께서 화전하면서 산에서 캐다 심었다고 했다. 대략 150년 이상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음이다. 가슴높이도 230㎝, 수관 폭은 7m다. 굵기는 예전 그대로다. 북쪽으로 약간 비스듬하게 기울어 자라는 모양도 그대로다. 그런데 나뭇가지 벌림이 15m 이상이었는데 많이 줄었다. 장발머리 같던 나무가 단발머리 정원수처럼 다듬어진 듯하다. 이는 추측건대, 나무쓰임이 달라졌음이다.
예전 나무는 외양간과 창고 그늘을 만들어 시원하게 하는 양산 같은 존재였다면 텃밭 쉼터용 그늘막 역할인데 집이 가까워 큰 쓰임이 없음이다. 나무 그늘 때문에 작물이 잘 안 된다는 집주인의 말씀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무뿌리 아래 한쪽 땅은 농사를 짓지 않고 있었다. 나무의 꽃말이 ‘보호’인 것처럼 나무와 함께 밭농사를 짓겠다는 공존공생을 실천하고 있었다. 하지만, 풍성한 말채나무를 보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다. 나무 아래 ‘2010년 지정한 북구의 노거수’라는 작은 팻말이 나무존재를 조용히 알려주고 있다.
말채나무는 봄에 가늘고 낭창한 가지를 말채찍으로 사용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층층나무과다. 잎을 덮을 만큼 소복하게 꽃이 피는 층층나무, 이팝나무와 비슷하다. 목재는 재질이 좋아 기구재, 무늬목, 합판재 등으로 사용한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