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도 잘모르는 울산의 현충시설

2024-06-05     강민형 기자
울산의 현충시설이 관리는 되지만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민들의 외면이 계속되면서 현충시설 방문과 활용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울산보훈지청에 따르면, 울산에 있는 현충시설은 모두 32곳이다. 중구 11곳, 남구 4곳, 동구 1곳, 북구 4곳, 울주군 12곳 등이다.

현충시설은 조국의 독립, 국가의 수호 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들을 추모하고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널리 알리고 기리기 위한 시설이다. 독립운동시설과 국가수호 시설로 구분된다.

울산의 대표적인 현충시설은 남구 현충탑, 울주군 일가 4형제 국가유공자 위령비, 북구 박상진 의사 생가, 중구 외솔기념관 등이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울산 현충시설의 관리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적으로 청소가 잘 돼 쓰레기는 물론 먼지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잔디 등 조경도 잘 관리되고 있었다.

보훈단체 회원들이 현충시설 지킴이 활동을 통해 매달 현장을 관리하고 문제가 있으면 보훈지청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충시설은 접근성이 떨어져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순국선열을 모신 중구 삼일사의 경우 내비게이션 상의 주소가 틀려 한 번에 찾아가기 힘들다. 목적지를 삼일사 앞에 세워진 삼일충혼비로 변경해야 건물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어렵게 삼일사를 찾더라도 입구가 자물쇠로 잠겨 내부로 쉽게 들어갈 수가 없다. 삼일사는 연중 개방으로 안내되고 있지만 시설물 훼손 우려가 있어 요청 시에만 개방하고 있다. 삼일사 앞으로는 주민들이 주차한 차량 때문에 건물과 삼일충혼비가 가려져 현충시설이라고 선뜻 인식하기도 어렵다.

울주 두서전적기념비는 울주생활문화센터 안에 있어 센터를 찾는 이용객이 아니면 찾기 힘들다. 심지어 동구의 유일한 현충시설인 충혼비는 군부대 안에 세워져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다. 울산보훈지청도 관리 확인을 위해서는 담당 관리자를 통해 관리를 권고하고 안내를 전하는 실정이다.

또 다른 문제는 홍보 부족으로 인한 관심 부재다. 울산대공원에 세워진 충혼탑 등 일부 현충시설은 주요 행사나 교육의 장으로 방문이 잦지만 대부분의 현충시설은 일반 시민이 거의 찾지 않는다. 실제로 삼일사 관계자에 따르면 단체 탐방객이 아닌 개인의 방문은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현충시설에 세워진 안내판 등의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고, 시설별 안내가 미흡해 볼거리가 없어 외면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현충시설의 관리 주체가 지자체, 학교, 보훈단체 등 제각각이다 보니 볼거리나 방문객을 위한 시설 투자가 쉽지 않다. 홍보도 사실상 울산보훈지청의 ‘이달의 보훈시설’을 통한 홍보 외에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에 관리 기관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는 한편, 울산시교육청 등을 중심으로 학생 대상 현충시설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확충 필요성이 제기된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만이라도 현충시설의 방문을 늘려 시민과 미래 세대의 호국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보훈지청 관계자는 “3·4월, 6월, 8월 등 보훈행사가 예정된 달을 중심으로 현충시설을 활용한다”며 “매달 이달의 보훈시설 홍보 등으로 시민과 가까운 현충시설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