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에 피어난 오죽 꽃, 번영의 씨앗 되기를

2024-06-07     경상일보

울산이 오죽(烏竹) 꽃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선바위공원에 이어 태화강국가정원, 중구 문화공영주차장 등에서도 오죽꽃이 피었다. 대나무 개화는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인데, 많은 대나무 중에서도 일상에서 보기 힘든 오죽에 꽃이 피었으니 시민들의 궁금증이 커진 것도 당연하다 할 것이다. 예로부터 대나무에 꽃이 피면 나라에 좋은 일이 생길 징조로 여겼다.

오죽 꽃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달 28일 선바위휴게소 일원이었다. 이 꽃의 개화가 본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신문사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꽃이 핀 지역을 상세하게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김두겸 울산시장이 이틀 후인 30일 직접 현장을 방문해 오죽 꽃은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 김 시장은 “말로만 들었던 전설의 대나무꽃, 이것을 본 사람이나 이것이 피었던 그 지역은 대박이 난다고 들었다”며 “오죽이 울산에 피었으니까, 울산이 잘 될 것으로 본다. 아마 대한민국에도 큰 복이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신비한 오죽꽃 한번 보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

사실 오죽 꽃은 자세히 보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대나무 꽃은 보통 60~100년에 한 번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평생 한 번 꽃을 피워 씨앗을 맺고 집단으로 죽는 특성이 있다. 이와 관련, 나무 학자들은 ‘개화병(開花病)’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오죽 꽃에 열광하는 것은 오죽 꽃을 ‘좋은 일이 있을 징조’로 여기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평생 한번 볼까말까 하는 오죽 꽃을 보기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이는 그만큼 시민들이 ‘희망’ ‘번영’ 등을 갈구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장자>라는 책에 “원추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머무르지 않고, 대나무의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원추’는 전설속의 새로, 봉황으로도 해석된다. 이 새는 아무 것이나 먹지 않고 대나무 열매만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열매가 열리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그 전에는 꽃이 피어야 하는데 피어난 꽃을 찾는 것조차 힘들다. 그래서 대나무 꽃이 길조의 상징이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이번에 피어난 오죽 꽃도 어떻게 보면 시민들의 오랜 기다림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잇따라 발견되고 또 피어난 오죽 꽃은 엄격히 말하면 하나의 식물 생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오랜만에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위로이기도 하다. 모든 시민들이 오죽 꽃을 보며 미래의 힘찬 번영을 다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