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이혼 사건 위자료 금액

2024-06-07     경상일보

언론을 통해 미국에 있는 세계적인 부호들의 이혼 소식을 자주 듣는다. 이혼원인은 주로 남편 쪽의 불륜이다. 돈이 많다 보니까 다른 트러블은 생길 여지가 없지만, 그래도 남편의 여자문제는 막지를 못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위낙 부호들의 이혼이다 보니까, 이들의 재산분할 및 위자료 액수에 세간의 관심이 크고, 언론에서도 돈에 대한 문제를 집중보도하고 있다.

2019년 미국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의 불륜으로 인해 이혼을 했는데, 아내인 매켄지 스콧은 그 당시 세계부호 1위로서 200조 이상의 재산을 소유했던 제프 베이조스로부터 아마존 지분 4%를 재산분할 겸 위자료로 받았다. 50조원이 넘는 돈으로, 남편의 재산 중 약 25%를 받아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세계부호 18위로 등극했다.

2021년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이혼을 했다. 재산 분할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언론에서는 아내인 멀린다가 역시 200조 이상의 자산가인 빌 게이츠로부터 재산의 절반인 100조 이상을 받아가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다. 돈이 돈이 아닌 세상 이야기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벌가의 이혼이 있어 왔다. 인기배우로 대중의 사랑을 받던 고현정은 신세계 그룹으로 시집을 가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결혼 7년 만에 이혼을 했다. 이혼조정 사건은 위자료 15억원을 주고받는 것으로 종결되었는데, 금액이 너무 작아서 항간에는 뭔가 다른 것을 받은 것이 아니냐 하는 추측도 있었다.

삼성 이재용 회장의 경우 2009년도에 배우자 쪽이 먼저 10억원의 위자료, 5000억원의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이혼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 합의로 조용히 마무리되면서 이혼사유나 돈에 대한 문제가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가의 임우재 고문도 2014년에 이혼을 했는데, 그는 이건희 회장의 경호원으로 일하다가 이건희 회장의 딸과 결혼까지 했고, 초고속 승진으로 삼성전기의 부사장이 되면서, 남성판 신데렐라 스토리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5년 3개월 동안의 이혼소송 끝에 재산분할로 141억원을 받았는데, 처음 요구한 금액이 1조2000억원인 것에 비하면 법원이 인정해 준 금액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재벌가의 이혼은 합의 등으로 조용히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아서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알려진 금액도 재벌가인 점을 감안하면 너무 적다. 반면에 최근 항소심판결을 받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이혼 사건은 많은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최 회장 측이 2015년에 다른 여자와 사이에 아이까지 있다고 먼저 공개한데다가, 2018년에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 노 관장 측도 2019년도부터 반소로서 재산분할 및 위자료를 요구함으로써, 양측이 치열하게 법정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두 사람의 항소심판결문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 측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이 선대 때부터 상당한 기여를 하였음을 이유로, 노 관장 측이 최 회장 측의 재산 중 35% 정도를 가져가야 하고, 또 두 사람의 이혼이 최 회장 측의 불륜으로 인한 것인데다가, 최 회장 측이 그 동안 노 관장 측에게 여러 가지 정신적인 고통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1심판결의 재산분할 금액 665억원, 위자료 1억원을 취소하고 내려진 것인데,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너무 달라서 놀랐다. 최 회장 측에서 조목 조목 반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대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날지 모르지만, 항소심의 결론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1심법원은 반성을 좀 해야 한다. 그 이유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재산분할 금액도 적었고, 특히 위자료 1억원은 적어도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재벌가의 이혼 사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도 많은 이혼 사건에서, 법원은 남편에게도 잘못이 있고, 아내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하면서, 이혼 위자료를 1000만원 내지 2000만원으로 판결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건마다 다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이혼 위자료 금액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SK그룹 항소심판결을 계기로 전체적으로 위자료 액수를 올리는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