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곳곳서 오죽꽃 ‘활짝’, “앞길 활짝 열리나” 기대감
2024-06-07 신동섭 기자
지난 5일 태화강 국가정원 대나무생태원 일원. 황조죽, 사계죽 등 수많은 대나무 사이로 검고 얇은 대나무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나무 줄기 끝에는 노랗고 마른 볍씨 모양의 꽃이 피어 있다. 자신의 마지막을 암시하듯 점점 말라가는 모양새다.
같은 날 중구 문화의거리 공영 주차장에 인접한 화단에도 오죽 꽃이 피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 가는 곳이지만, 대부분 오죽 꽃의 존재를 모른 채 걸음을 재촉한다.
반려견과 산책 나온 김모(49)씨는 “평소 자주 다니는 길인데 오죽 꽃이 핀 줄 몰랐다”며 “정말 중요하고 귀중한 것들은 우리 일상에 숨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배모(38)씨는 “윤 대통령이 영일만에서 석유와 가스를 시추한다고 발표했는데, 검은 석유를 검은 대나무가 예견한 것 같다”며 “힘든 시기에 정말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징조로 보인다”고 답했다.
본보 취재진이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생가인 강릉 오죽헌 등 과거 오죽 꽃이 개화한 곳에 문의한 결과 오죽 꽃이 개화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등 전국적 현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오죽은 60~100년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에 비견될 정도의 기간마다 개화하는 대나무의 생리적 특성으로 인해 개화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조차 어렵다. 좀처럼 보기 힘든 신비한 현상에, 예로부터 대나무꽃이 피면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징조로 여겼다
정재엽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연구사는 “조림 시기가 비슷하거나 오죽을 공수해 온 곳이 동일할 확률이 있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