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포선 부지에 2천억 들여 공장 짓는다

2024-06-07     석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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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 수년간 운행이 중지된 철도 부지인 ‘장생포선’에 대한 노선 폐지가 이달 중 확정될 전망이다.

장생포선의 철도 부지 폐지가 확정되면 인근의 9개 기업이 이를 공장 부지로 활용하게 되는데, 일부 기업은 이미 2000억원대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

6일 울산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철도산업위원회 심의를 거쳐 장생포선 폐지를 확정, 고시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시의 산업단지개발 실시계획 승인 등 용도 폐지 절차를 거쳐 연내 기업으로 부지가 인계된다. 앞서 올해 초 시가 철도 노선 주변 11개 기업을 상대로 투자 의향을 물어본 결과, 총 9개 기업이 철도 노선이 폐지되면 211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기업들은 공장 확장은 물론 제품 보관 창고 등의 용도로 쓰겠다고 밝혔다.

1952년 개통된 장생포선은 길이 1.9㎞로 울산공단 내 11개 공장 사이를 지나고 있다. 부지면적은 2만7000㎡에 이른다. SK에너지와 한국석유공업 등 인근 공장의 유류 화물 이동을 위해 사용되다 도로망 개선 등으로 효용성이 떨어지면서 2018년 1월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이후 7년째 죽은 땅으로 방치돼 있다.

철도 노선과 인접한 한국바스프 등 9개 기업은 철로 때문에 공장 증설이나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고, 사용이 중단된 철도 부지를 공장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시 등에 노선 폐지를 요구해왔다.

노선 폐지가 이뤄지면, 전체 2만7176㎡ 가운데 한국석유공업(7534㎡)과 한국바스프 울산화성공장(6209㎡)이 가장 많이 활용하게 된다. 특히 한국바스프는 2000억원을 투입해 신규 공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밖에 월드이엔텍(3048㎡), 영남기계(2421㎡), 에이스정공(1068㎡), 영남특수강(990㎡), 동해가스산업(480㎡), 경남산업(400㎡), 아이엠티(292㎡) 등이 부지를 활용한다. 나머지 4734㎡는 시가 10억원을 투입해 녹지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시는 앞서 2년 가까이 장생포선 노선 폐지를 위해 기업체를 방문하고, 국가철도공단과의 협의를 진행했다. 국가철도공단에 공식적으로 노선 폐지 신청을 한 것은 지난해 1월이며, 이후 공단측 방문과 현장 확인 등이 진행됐지만 큰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울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해당 현안에 대해 직접 언급하면서 장생포선을 공장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후 국토부(노선폐지·공유재산관리) 및 한국철도공단 등의 현장 방문이 이뤄졌고, 노선 폐지 관련 관계 기관과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됐다. 결국 이달 중 국토부의 철도산업위원회 심의를 거쳐 노선 폐지가 승인 및 공고될 전망이다. 정확한 철도산업위원회 심의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노선 폐지가 확정되면, 산업단지개발 실시계획 승인 등 용도 폐지 절차 거쳐 올해 안에 사업자에게 부지를 인계하게 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용지난에 허덕이던 기업들이 인근 철도 노선 부지를 공장 증축, 주차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노선 폐지가 확정되면 토지에 대한 용도 폐지 관련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올해 안으로 기업에 부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