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사교육 열풍, 이대로 괜찮은가?

2024-06-10     경상일보

‘교육 불모지’라 불리는 울산지역에도 조기 의대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초등학생 및 중학생 대상의 초등의대반이 개설되는가 하면 대형 입시학원 등은 의대 관련 N수 정규반·재수 종합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울산을 포함한 부·울·경 의대의 모집인원과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이 대폭 확대되면서 지역 사교육 시장에도 의대광풍이 불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울산지역에 ‘초등 의대반’‘의대 및 명문대반’ 등이 조만간 속속 문을 열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한 학원이 주최한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초등의대반 설명회는 지역 학부모들의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또 지역의 대형 입시학원 등에서도 의대 관련 N수 정규반·재수 종합반 문의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울산의 사교육 시장은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뜨뜻미지근한 상태를 유지했다. 울산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2023년 기준)은 78.2%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교육열이 상대적으로 높은 8대 특광역시 중에서도 하위권이었다. 지난해 최고치를 경신한 울산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국 평균에도 못 미쳤다.

이는 공교육 정상화의 결과라기 보다는 고물가 등으로 가계지출에 부담을 느낀 학부모들이 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특성을 보이는 지역의 낮은 교육열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2023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보면 울산 학생들의 성적은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국어, 영어, 수학 영역의 1등급 비율은 전국 평균은커녕 특광역시 중 하위권을 나타냈다.

울산 학부모들의 교육열기가 뜨거워진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사교육 시장 과열과 이로 인한 공교육 붕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교육 시장이 커질수록 지역 간, 계층 간 교육격차와 교육 불균형이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가계의 교육비 지출의 비중은 소득이 많은 집일수록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통계청 자료도 있다.

의대열풍은 자기 자녀만 뒤처지고 소외되는 것 같은 학부모들의 ‘소외불안증후군’을 심화시켜 사교육 시장을 더 키우고, 또한 이공계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기술로 먹고사는 산업도시 울산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교육에 쏠린 교육 환경을 정상화해야 한다. 울산시와 교육청은 교육 인프라 개선과 교육의 질 향상 등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혁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