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터지고 만 치과 불법 폐업 사태

2024-06-10     경상일보

결국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지난번 칼럼에서 필자는 불법광고를 일삼고 진료비를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해 환자를 유인하던 일부 치과병의원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며칠 사이 서울 강남의 모 대형 치과들의 불법 폐업 사태가 일어났다. 서울 강남의 OO플란트치과는 지난 5월31일 환자들에게 “힘든 상황으로 인해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게 됐습니다. 병원 문을 완전히 닫아 내원해도 응대할 직원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문자를 일괄적으로 발송했다. 문제는 해당 문자를 보낸 당일 오전에도 이 치과는 여전히 불법 광고를 자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온라인에 ‘○○정품 임플란트 개당 30만 원, 몇 개든 지금 신청하면 49% 할인 적용’ ‘○○ 전체임플란트 350만 원, 맞춤형 지대주, 지르코니아 크라운 추가비용 NO!’ 등의 문구가 담긴 불법의료광고를 게시했다.

문제는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천만원이 넘는 진료비를 선수납한 환자들이 진료비를 돌려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치과 치료중에 비교적 고가의 치료비가 드는 임플란트 시술이나 치아 교정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대부분의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폐업한 치과에서 돈을 돌려받기는 고사하고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그만큼의 금전적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설사 이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 제 비용을 다시 부담해 치료를 받고자 하더라도 이들을 받아 줄 치과가 드물다는 것이다. 몇몇 치의사들은 혹시 발생할지 모를 부작용에 대한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아서 자신이 직접 시술하지 않은 환자를 넘겨받아 진료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불법 덤핑 치과들의 폐업에 따른 환자들은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오는 노년층이나 기초생활 수급자, 심지어 외국인 노동자나 해외 교포들, 중국인이나 일본인 등 의료 관광객들도 있다고 한다. 이번 폐업 사태를 두고 일선 개원가에서는 불법의료광고, 저수가 문제가 기어코 터졌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불법 과잉 광고로 모집한 환자들로부터 선수금을 받고 진료를 해왔지만 과도한 저수가 정책으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한 의료인의 행태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설령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폐업을 고려한다 해도 의료법 시행규칙 제30조에 의하면 휴·폐업 예정인 의료기관은 휴·폐업 신고예정일 14일 전까지 휴·폐업 개시 예정 일자, 진료기록부 이관·보관 등에 대한 사항, 진료비 정산 및 반환 등에 관한 사항을 담은 안내문을 환자와 환자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치과 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지나치게 싼 치료비를 광고하는 치과나 이벤트성 광고를 하는 치과는 한번쯤 살펴보고 선택하기를 바란다. 일각에서는 현재 사태가 벌어진게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시장 경제 논리로만 치과의사를 과잉 배출해 무한 경쟁으로 몰다보니 이런 덤핑 치과의 출현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진료비 표방 금지 광고도 노력없이 묵인되고 있고, 비급여 진료 비용 공개 및 보고도 정책으로 시행되고 있는 점에서, 일부 치과의사들이 이것을 악용해 환자들을 유인,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정책적으로 열어놓은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이런 현상을 심각하게 여기고 지도 단속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것으로 생각한다.

치협 울산지부에서도 이런 불법 광고 치과에 대한 고발장을 관할 경찰서에 접수한 상태이며, 환자들도 과도한 덤핑 공세에 현혹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병원 의료진의 갑작스런 교체나, 병원 시설물의 지나친 관리 부족, 용품에서 냄새가 나는 등 여러 전조들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병원을 믿고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성심 성의껏 진료를 해 환자의 구강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의료진의 올바른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잊을만 하면 간간히 들려오는 치과계의 이런 불법 폐업 사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