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매그넘 인 파리 사진전’ 가보니…파리의 파란만장한 90년 역사 한눈에

2024-06-14     권지혜 기자
“만약 당신에게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디를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겁니다.”

지난 5월21일부터 9월22일까지 현대예술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매그넘 인 파리 사진전’에 울산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찾은 ‘매그넘 인 파리 사진전’. 현대 사진의 전설 로버트 카파부터 엘리엇 어윗까지 세계 사진사에 이름을 남긴 매그넘 포토스 소속 작가 39명의 작품 130여점을 통해 문화수도 파리를 만날 수 있었다.

전쟁과 가난으로 물들었던 1932~1944년 파리의 모습을 담은 섹션에서는 프랑스 군대와 독일군의 격전, 파리 증권 거래소의 혼란스러운 모습 등에서 파리의 아픔이 느껴졌다.

재건을 통해 파리가 다시금 예술의 수도로 이름을 떨치게 되는 1945~1959년은 몽마르트르 언덕에 자리한 테르트르 광장의 평화로운 한때, 에펠탑 위에서 도색 작업에 열중한 페인트공, 롱샴 경마장 관중들의 모습 등에서 파리가 전쟁과 가난의 아픔을 딛고 회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낭만과 혁명의 사이에서(1960~1969년)’ 섹션에서는 브뤼노 바르베 작가가 1968년 5월13일 뤼퍼블리크 광장까지 행진하는 68혁명 시위대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신호등 위에 올라가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위자와 7월 혁명 기념비가 서로 마주보는 모습에서 자유를 향한 염원이 느껴졌다.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건설, 퐁피두 센터 건립 등의 모습을 담은 파리는 날마다 축제(1970~1989년) 섹션에서는 늘 새롭게 탈바꿈하는 파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파리의 오늘과 만나다(1990~2019년)’ 섹션은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파리지앵 등 현재 우리가 아는 파리의 모습이 담겨있어 가장 익숙했다.

파리 패션의 황금기인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진화하는 패션의 양상을 화보촬영 현장의 모델과 사진작가, 패션쇼 백 스테이지, 디자이너 등으로 표현한 특별 섹션은 가장 화려했다.

매그넘 포토스의 사진작가 중 최고령 거장으로 추앙받았던 엘리엇 어윗의 작품을 전시한 섹션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단연 100주년을 맞은 에펠탑의 모습을 단 한컷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작가는 10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한장의 사진에 담기 위해 프레임을 영화처럼 연속적으로 중첩시켰다.

윤서영(29·울산 남구)씨는 “사진들이 생동감이 넘쳐서 마치 영화를 보는거 같았다”며 “특히 프랑스 여권 스탬프북에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등 파리 대표 명소의 스탬프를 찍으며 전시를 관람해 마치 파리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회를 보는 동안 파리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음악이 흘러나와 몰입을 높였다. 음악은 미공개 사진 122장으로 제작한 영상의 소리로, 관람을 마무리하고 마련된 의자에 앉아 파리의 여운을 느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