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학교밖 청소년의 재도약 기회와 사회적 책임

2024-06-17     경상일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을 의미한다. 이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자세하게 정의되어 있으며, 현재 공교육을 받지 않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일컫는다.

2023년 8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기본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학생 수는 크게 감소 했지만, 학업 중단으로 인한 학교 밖 청소년 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1년에는 4만2755명(0.8%)이었고, 2022년에는 5만2981명(1.0%)으로 1만226명(0.2%)이 증가했다. 최근 3년간(2020년~2022년) 학교를 떠난 청소년 수는 2만여 명 증가해 총 16만8000명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학교를 떠난 청소년의 경우 범죄에 노출되는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6월 기준으로 소년범죄자의 39.7%가 학업중단자인데, 이는 2021년 36.0%, 2022년 36.5%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현재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을 위해 학교 내 대안교실, 학업중단숙려제, 위탁형 대안교육 등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학교 내 대안교실(경남 꿈키움교실)은 정규 교육과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별도의 교실로,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는 학교 부적응 해소와 학업중단 예방에 기여하고 있지만,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여전히 입시 중심의 교육방식 때문에 운영에 한계가 있기도 하다.

학업중단숙려제는 2012년 시범 운영 후 2014년부터 전면 실시된 정책으로, 학업 중단 의향이 있거나 가능성이 있는 학생에게 최소 2주에서 최대 7주의 숙려 기회를 제공해 학업 중단을 예방하는 제도이다. 위탁형 대안교육은 정규학교 교육과정 외에 흥미와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대안교육을 희망하는 학생이 소속 학교에 학적을 두고, 교육감이 지정한 위탁 대안교육기관을 통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개발하는 대안적 교육형태를 의미한다.

필자는 몇 년 전 대안학교의 학생들과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울산 중구에 위치한 대안학교인데 그곳에서 학생들을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너희들이 잘못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지금의 교육현장이 너희들을 품을 수 없을 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내 앞에 있는 학생들이 또래의 학생들과 학교에 같이 있을 수 없는 지금의 교육 현실이 왠지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었던것 같다. 그러자 한 학생이 “아니에요 학교 선생님은 우리보고 공부도 안하고 우리가 잘못했고, 우리가 문제가 있는 아이라고 했어요”라는 대답을 해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도 아프고 많은 생각들이 스쳤지만 그 마음을 다 전할 수는 없었다. ‘학교 부적응학생’이라는 타이틀로 분리되어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학교 선생님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품고 이곳에 있는 학생들과 함께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을 맞아 부모님과 선생님께 감사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너무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들의 글을 보며 눈가에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이들은 내면이 깊고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짧은 강의로 만났는데 참 맑고 밝은 모습을 보며 왜 이 학생들은 학교에서 벗어나 이곳에 있는지 의문을 가짐과 동시에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반성했던 기억이 난다. 두 곳에서 만났던 아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여전히 순수한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어른들과 사회의 관심이 있다면, 이들이 충분히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어느 학교 밖 청소년은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소년을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사람으로 봐주기를 당부했다. 이런 학교 밖 청소년이 더 이상 고립되지 않도록 이들을 위한 국가적 보호와 관심, 편견 없는 시선, 그리고 정책들이 더욱더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학교 밖 청소년도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다.

이미화 메타버스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동의대 외래교수 부산대 교육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