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낭패(狼狽) 났다

2024-06-18     경상일보

자동차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맞바람도 거세어진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소득이 늘고 지식도 늘게 된다. 그러면 백성들은 자연적으로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게 되고 안락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더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 그러므로 정치에 대한 요구도, 저항도 커진다. 어떻게든 소유하는 스마트폰 때문에 지구촌이 하나가 되니, 해외의 인터넷을 막고 검열하는 나라가 아니면 문맹이 아닌 이상,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된다. 천리안, 만리안이 된 세상 아닌가?

모디 정부가 6월9일 출범했지만 인도인민당(BJP) 단일로는 과반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3연임은 했지만 모디 총리는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이런 추세로는 4연임은 어림없는 일이다. 모디 정부가 안고 있는 많은 과제가 있다. 개발 독재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한 예로, 모디 총리는 선거 유세 기간인 지난 1월, 이슬람과 힌두교의 ‘분쟁지’인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 들어선 힌두사원 축성식에 참가하면서 힌두교도의 표심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나 많은 무슬림과 시크교도들은 본체도 안했다. 대다수가 힌두교도인 인도에서 인구 14% 가량의 무슬림과 이교도들을 학대하고 배척한다.

힌두트바(Hindutva)라고 있다. 힌두트바는 ‘힌두교 주의’와 같다. 현대 인도의 대표적 우익 이데올로기로, 힌두교에 기반을 둔 우파 정당들이 표방하는 이념을 말한다. 이들은 힌두교가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삶의 양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인도 최대의 힌두교 국가주의자들이고 인도에서 강력한 우익단체인데 나렌드라 모디의 정당이자 현 집권 여당인 인도인민당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들은 라슈트리야 스와얌세왁 상(RSS)이라고 불리는데 무슬림의 대량 학살, 시크교인, 기독교인과 낮은 카스트(계급) 힌두교인에 대한 학대를 저질러 국제적인 우려와 비난을 받고 있다. 모디 정권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다수당의 횡포다. 박해를 받은 많은 시크교도들이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파키스탄과 대립하는 인도는 캐나다와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도 껄끄럽다. 이제,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정치판으로 보면 후진국 인도를 생각게 하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에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날그날이 고역인, 별로 희망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중산층은 한 여름의 빙벽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들에게 이 정치판은 정말 도움이 안 된다. 여기저기서 차라리 국회가 없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타행(利他行)을 하겠다니 그러라고 뽑아준 것 아니던가? 이타행이 어려우면 상생(相生)은 알 것인데 상극(相剋)이다. 만나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려고 만나는 것 같다. 심복이 되겠다고 해 놓고는 상전이 되어 있다. 말로만 민생이고 당리(黨利)만 챙긴다. 언제까지 이런 이전투구를 보아야 할까? 정말 보기 싫다. 낭패(狼狽)가 났다.

낭(狼)은 앞다리가 길지만 뒷다리는 짧고 패(狽)는 뒷다리는 길지만 앞다리가 짧단다. 둘이 붙어 다녀야 잘 먹고 살 수 있다. 그런데 다투고 갈라섰다. 이러니 어찌 먹고 살겠는가? 두 발로 걷다가 한 발로만 움직여 보면 안다. 뜀뛰기로 몇 발이나 가겠는지? 대한민국 제22대 국회가 출범을 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파행이다. 한쪽은 국민이 밀어주었으니 다수결로 말한다 하고 다른 쪽은 관행을 존중하고 협치하지 않으면 거부한다고 한다. 이게 바로 낭패다.

3면을 바다로 두고 있지만 어업 소득이나 해양의 활용도가 낮고 부존자원이라고는 별 볼일 없는 나라, 조선업이 반짝하지만 외국 인력이 없으면 주저앉고 만다. 농수산업,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내 집 마련과 사교육비에 놀라 결혼도 출산도 겁내는 나라, 반도체와 2차전지로 발버둥을 치지만 경쟁이 피바다 같다. 중국은 생필품 같은 것조차 전자상거래로 폭탄세일을 하고 있다. 이러면 우리 중소기업은 다 죽는다. 대기업이라고 경쟁력이 있을까? 무슨 대책을 내 놓아야 할 국회는 뭐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꼴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도 유지하기가 어렵겠다. 위협하는 북을 업고 사방에서 견제를 받으며 뛰어야 하니 정말로 낭패 났다. 걸핏하면 왕대포를 쏘아대다가 이제 오물청소까지 시키는 북한은 전쟁광 푸틴을 불러 서로 돕잔다. 그러면서 싸게 가스를 사오고 대신 무기를 팔아먹고 힘을 키운다. 힘이 나면 누구를 칠까? 다가오는 시대는 첨단기술로 경쟁하고, 기술이 기술을 개발하고 돈이 돈을 버는 시대 아니던가. 그런데도 미래는커녕, 과거사에 목숨 걸고 싸우는 꼴을 또 몇 년이나 더 보아야 한단 말인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오호, 통재(痛哉)라!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