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분 없는 집단휴진, 결국엔 의사 불신·원망만 남을 것

2024-06-19     경상일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집단휴진을 강행했지만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학병원 교수들 역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대대적인 휴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협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혀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다 서울대의대 관련 병원 등 서울 ‘빅5’ 대형병원의 ‘무기한 집단휴진’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의 경우 이날 큰 혼란은 없었지만 환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울산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날(17일) 오후 5시까지 비대위에 휴진 의사를 밝힌 교수는 151명 중 46명(30.5%)에 달했다. 또 이날 예정된 외래진료 스케줄 103개 중 31개(30.1%)가 휴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4개월간 의료 공백 사태를 참고 견뎌온 국민들은 이제 지칠대로 지쳤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는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를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만병의원협회와 아동병원협회도 의료 현장을 떠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교수들의 휴진이 장차 의사와 환자 및 시민 간의 신뢰 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국민들 사이에는 불매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회원 30만명의 경남지역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지난 17일 오후부터 ‘병의원이 휴진하면 불매하겠느냐’는 취지의 설문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체 응답자 340명 중 96.2%인 327명이 휴진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또 불매운동 찬반에 대해서는 응답자 336명 중 80.7%인 271명이 찬성에 투표했다.

의사 사회는 이제 우물 안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이미 지난 10일 전국 3만6000여개 의료기관에 진료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업무개시명령도 발령했다. 휴진율이 30%를 넘어가면 채증을 통해서 (병원)업무 정지와 의사면허자격 정지 등의 처분이 진행된다.

울산시민들은 아직도 서울·수도권으로 필사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대부분이 암치료나 수술을 위해서 한 달씩 병원 근처에서 가족과 함께 숙식을 하고 있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은 의사 말고는 믿을 곳이 없다. 그런데도 의사들이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환자를 외면한다면 남는 것은 의사에 대한 불신과 원망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