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정책수립을 기대하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농사가 천하의 가장 큰 근본이라는 뜻으로, 기원 전인 중국 한(漢)나라 시대부터 유래된 말이다. 21세기가 시작 된지 훌쩍 지난 시점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옛 이야기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농업이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특히 공업도시 속 울산시민에게 농업, 농촌이라는 단어는 낯설 수도 있다. 울산은 1962년 공업지구로 지정되고 자동차, 조선, 화학 등 3대 산업이 눈부신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울산은 면적의 대부분이 농촌으로 구성되는 울주군의 비율이 70%가 넘고, 농업인수도 3만7000명 이상으로 적지 않은 곳이다. 게다가 지리적으로도 생산지와 소비지가 가깝기에 로컬푸드 사업도 잘 발달되어 있다. 울산에서 공업이 GDP 성장의 핵심이었다면, 농업은 시민들의 의식주와 쾌적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묵묵히 책임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관내 지자체의 행보를 보면 이러한 관심이 잘 반영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지난 5월, 전국 최초로 시 청사정원에 ‘논’을 조성하여 모내기 행사를 하는 등 시민들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또한 작년 도입한 농민수당은 소외받는 농업인에게 최소한의 보상이 되었으며, 병해충 드론방제 사업과 농촌인력중개센터 확대운영은 영농철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이 외에도 청년농업인 영농 스타트업 지원, 보급형 스마트팜, 스마트농업지원센터 구축 등 미래농업을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반영한 사업이더라도 적정 이상의 예산이 반영되어야 실익이 있다. 급격한 산업화 이후 농업은 정부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전체 정부 예산대비 농업 부문 예산은 2021년도 3%가 무너진 이후, 회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작년 2024년 예산 계획 수립 시까지만 해도 농업예산이 역대 급의 증가가 있을 거란 기대를 했고, 실제로 그 전년도에 비해서는 많은 증가를 하였지만 마의 3%는 넘지 못했다. 결국 이는 정부가 농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판단의 척도라고 볼 수 있다.
농업을 단순히 매출액이나 손익 등 경제적 개념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농업은 식량자급에 대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에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며, 이를 넘어 환경과 경관보전, 생태환경보호, 각종 재해방지,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인프라 구축 등 그 공익적 가치까지 포함하면 미래 그 어느 시기가 도래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산업분야이다.
이처럼 농업의 중요성에는 대다수가 공감하지만, 역설적으로 도농간의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업인에게 자생(自生)만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수가 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방치한다면 농업에 종사할 사람은 없어질 것이다. 각종 농업부문 사업 추진에 대한 보조금과 농민수당을 비롯한 각종 공익직불금 확대, 조세 감면 유지 등 국가적·제도적 차원의 관심과 유인책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농업, 농촌이 적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갖춘 이후에야 기업화·규모화를 이룬 선진국처럼 자유시장의 논리를 가미해 가는 것이 적절하다.
제22대 국회가 개원됐고, 농협도 지난 3월 신임회장 취임 이후 농업, 농촌을 위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농협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농촌 소멸로 인해 국가의 근간이 무너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위기의식을 갖고, 농업 농촌을 위한 혁신적인 사업추진과 지원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부디 새로운 국회에서도 이를 반영한 농업예산 확대와 정책이 수립되길 바라며, 울산농협도 희망농업, 행복농촌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김창현 농협중앙회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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