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상지구 체비지 청산금 소송, 입주민 손 들어준 대법원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어느 날 갑자기 20년 전 처분된 체비지 청산금을 500만원~1000만원까지 더 내라는 조합의 청구서가 날아든다면?’ 대법원이 울주군 범서 천상지구 토지구획정리조합과 아파트 입주민 간 체비지 청산금 소송에서 사실상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핵심인 체비지를 두고 조합과 D건설사 간에 이미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인 만큼 입주민들에게 거액의 체비지 청산금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억울함’을 호소해 온 아파트 입주민들은 체비지 청산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천상지구에는 이처럼 체비지가 당초보다 많이 환지가 됐다며 조합 측으로부터 거액의 체비지 청산금 통지서를 받은 곳은 3개 아파트단지에 총 90억원 규모에 육박한다. 비슷한 사유로 조합과 소송 중인 관련 아파트 주민들의 판결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17일 천상지구토지구획정리조합이 S아파트 입주민들을 상대로 제기한 천상지구 체비지 청산금 대표 상고심을 기각했다. 이로써 부산고등법원이 지난 1월 항소심에서 제1심 판결 중 피고들(항소인·입주민)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이에 해당하는 원고(피항소인·조합)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각각 기각한 원심이 최종 확정됐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S아파트(300여 가구) 입주민들에게 체비지 청산금 총 22억원(평균 461만6598원)을 조합에 지급하라는 1심 재판부 결정 중 10%만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결국 대법원은 폐도된 도로 중 115.1㎡에 대해서만 지급 명령 외에 나머지 청산금은 입주민들이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맞다고 한 본 것이다.
체비지는 사업시행자가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환지로 정하지 않은 토지를 말한다. 체비지가 매각된 지 한참이나 지난 뒤에 느닷없이 조합과 체비지 청산금 소송에 휘말린 아파트 입주민들은 그동안 관계 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중재를 요청왔다. 하지만 ‘조합과 입주민 간의 민사소송에 행정이 개입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전부였다.
울산에는 장기표류 중인 도시개발사업 지구가 많아 향후에도 유사한 체비지 청산금 문제가 재발할 우려가 높다. 조합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지자체가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게 최선책이다. 그것이 행정의 최종 수요자인 주민들에게 최상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