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25]]4부. 아름다운 호수 (3) - 글 : 김태환

2024-06-20     이형중

반곡의 김용삼에게 구입한 돌 값에 비하면 반값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노인은 친절하게도 내년에도 큰물이 져서 붉은 돌이 나오면 주워 놓을 테니 가지러 오라고 했다. 붉은 돌을 차에 싣고 김인후의 집으로 돌아왔다.

김인후는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작은 할아버지의 일기내용에 대해 매우 궁금해 했다. 나는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독립운동을 한 내용은 없고 일본순사의 부인에게 빠져 치정살인을 한 것 같고, 일본에 간 것도 순전히 여자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김인후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아직까지 확정을 할 수는 없고 내용도 중간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일러주었다. 결정적으로 일본인 순사를 살해한 내용이 빠져 있고 일본에서 생활하는 부분을 읽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김인후는 다 읽어보아도 중요한 부분이 없으면 보훈처에 찾아가 보겠다고 했다. 아마도 보훈처에서 중요한 부분을 빼놓고 돌려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작은 할아버지가 여기서 백련정까지 택시를 타고 다니셨다는데 거리가 얼마나 되지요?”

“이곳에서 대충 십리 정도입니다. 그리 멀지는 않지요. 내가 어릴 적에 그곳으로 소풍을 갔었으니까요.”

나는 김인후에게 대곡댐 물이 잠기기 전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 시절에 살았던 유촌 마을과 인근 마을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경부고속도로가 생기기전의 이곳 상황은 지금과 판이하게 달랐었다고 했다.

“아주 예전부터 이곳이 엄청 중요한 지역이었던 것 같아요. 전읍이라는 마을 이름이 동전을 만들었던 곳이면 꽤 중요한 곳이지 않았겠어요. 그리고 경주에서 언양 양산을 거쳐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목이기도 했지요. 지금은 길이 좋아 잘 모르는데 인보에서 언양으로 가는 곳에 약간의 언덕길이 있어요. 예전에는 그곳에 산적들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달라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김인후가 만류했다. 이왕에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저녁을 해줄 테니 먹고 하룻밤을 자고 가라고 붙잡았다.

“소설가 선생님하고 하룻밤 같이 자는 것도 대단한 영광일 것 같습니다.”

“허허. 예쁜 처녀가 잡으면 생각을 좀 해보겠지만 이건 아닌 것 같은데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았다. 김인후는 급하게 저녁을 차리느라 분접을 떨었다. 마당 한쪽에 있는 배추를 한 포기 뽑아다 끓는 물에 데치고 냉장고 안에 들었던 돼지갈비를 통째로 삶았다. 냉장고 안에서 밑반찬을 꺼내놓는데 없는 게 없었다. 손수 만든 것이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했다. 진주본가에 살고 있는 부인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고 물으니 오히려 좋은 점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