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스포츠 히어로를 키우자]“태극마크 달고 세계무대 시상대 오르고파”

2024-06-20     박재권 기자
“세계 무대에서 색깔에 관계없이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18일 울산 남구 문수인라인롤러스케이트장. 남구 옥현중학교 롤러부를 이끄는 3학년 박성훈군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위해 경기장에 도착했다.

박 군은 몸에 달라붙는 유니폼을 입은 채 핼멧과 고글 등을 것용하며 롤러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말했다.

박 군은 과거 사설 롤러 경기장에 놀러갔다가 사장으로부터 “롤러 참 잘 탄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격적으로 롤러의 길을 택했다.

자녀가 운동 대신 공부를 하길 바라는 대다수의 부모들과 달리 박 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롤러를 타고 싶다는 박 군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존중하고 지원했다.

그는 롤러의 매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군은 “내가 생각하는 롤러의 매력은 속도감”이라며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전남 일원에서 열린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롤러 남자 15세 이하부 500m+D에 참가해 43.584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 군의 기록은 역대 전국소년체전 신기록이었다.

박 군은 “처음에는 대회 신기록을 깨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록을 보고 너무 기뻤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진 10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2관왕에 등극, 전국소년체전 롤러 종목 최우수 선수(MVP)에 뽑혔다.

특히 박 군은 재학 중인 옥현중의 롤러 운동부 지도자가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과를 냈다.

이에 대해 박 군은 “기존에도 롤러부가 있는 중구 함월고등학교의 지도자 선생님과 훈련을 했기 때문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며 “그냥 하던대로 하고자 노력했다. 전국소년체전을 앞두고 MVP를 목표로 했는데, 실제로 이뤘기 때문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현재 박 군의 지원을 맡고 있는 김유정 교사는 박 군의 훈련 태도와 실력에 대해 칭찬했다.

김 교사는 “성훈이가 같은 나이대 선수들 중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가지고 있다. 성훈이가 경기장에 들어서면 다른 선수들이 긴장하는 게 느껴질 정도”라며 “성훈이의 최대 장점은 강한 멘탈이다.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도 잘 헤쳐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박 군은 강원 강릉시에서 열린 스피드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해 주니어와 유소년 종목에서 각각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기쁨을 누렸다.

특히 이번 선발전을 앞두고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 박 군은 500m+D 종목에 참가한 고등부 선수들을 제치고 44.186초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는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쇠골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며 “하지만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통증을 견딜만해 그냥 참가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선발전에서 평소처럼 롤러를 타자 선배들이 ‘너 진짜 다친 거 맞냐’며 놀렸다”고 말하며 웃었다.

주니어·유소년 국가대표에 동시 선발된 박 군은 오는 9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스피드선수권대회와 10월 대만에서 열리는 2024 대만 오픈에 참가한다.

박성훈군은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목표는 세계 무대에서 결과를 내는 것”이라며 “우선은 메달의 색깔에 관계없이 시상대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