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인구감소 시대, 기업의 생존과 신중년 일자리

2024-06-20     경상일보

2024년 현재 우리나라의 50·60대 신중년 인구는 대략 16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2% 정도 된다. 이들은 출생률이 아주 높았던 시기에 태어나 베이비부머라는 별칭을 얻었다. 1차 베이비부머(55~63년생)는 모두 60대를 넘겼고, 2차 베이비부머(68~74년생)는 올해 막내인 74년생이 50세가 된다.

2차 베이비부머는 2023년 말 기준으로 약 625만명으로 집계되는데, 64~74년생으로 확장할 경우 950만명을 넘는다. 74년생이 60세가 되는 10년 후에는 이들이 모두 법률상 퇴직연령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향후 10년간 인구가 가장 많은 신중년 세대의 퇴직이 이어질 예정이다.

사실 노동시장에서 신중년의 대규모 퇴장은 숫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들이 가진 기술과 경험의 소실은 물론, 청년이 기피하는 분야에서는 더 이상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울산은 그 어느 지역보다도 제조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울산의 50·60대 신중년의 숫자는 대략 38만명 정도로, 전체의 34.5%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제조업에서 일하고 있다.

더욱이 2024년 5월28일 발표된 통계청의 ‘2022~ 2052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울산의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 81만명에서 2052년 그 절반 수준인 41만명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기업의 구인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10년 후에도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그들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신중년의 많은 인구수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 정책은 청년 일자리 정책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예산만 봐도 그렇다. 일자리 관련 중앙부처인 고용노동부의 2024년도 주요 사업별 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청년고용사업으로 약 1조2393억 원을 배정하고 있는데 비해 중장년 및 신중년 대상 사업은 327억 원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노인 일자리 예산으로 2024년 2조262억 원의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신중년 세대 일부도 혜택을 입을 수 있긴 하겠지만, 노인일자리 사업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원하는 신중년에게 적합한 일자리는 아니다.

하여튼 신중년들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제도적, 금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일을 계속하고자 하는 신중년에게 충분한 교육·훈련과 양질의 취업알선 서비스의 제공은 물론, 기업의 채용을 촉진하기 위한 장려금도 필요하다. 나아가 훈련기간이나 수습기간 동안 생계가 걱정되는 사람들을 위한 생계 지원금을 줘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지원이 현재에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훈련, 취업알선 서비스, 채용장려금 등은 지금도 신중년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액수가 많지는 않지만 일정 금액의 훈련수당을 제공하는 국비 훈련과정도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이 가능할 정도의 지원사업은 제공되지 않고 있다. 특혜의 소지가 있거나 과도한 복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늘 아쉽다.

아울러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나 이중노동시장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 또한 제대로 된 신중년의 정년퇴직 이후 취업을 어렵게 만든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정년 연장 논의도 현업에서 더 일하고 싶은 신중년 일자리 문제의 일부 해법일 수 있겠지만, 정작 청년에게는 취업 장벽이 될까 봐 조심스럽기만 하다.

거듭 언급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신중년은 무엇보다 양질의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기에 산업현장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 게다가 오늘의 신중년은 과거보다 훨씬 건강하다. 급여수준이 현실화되고 법적·제도적인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이들은 늘 그래왔듯이 자신의 몫을 다 해낼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신중년의 정년퇴직 이후 경제활동과 이를 위한 적절한 정책을 기대해 본다.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