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낄 땐 최대한 절약…원하는 건 아낌없이 쓴다

2024-06-21     김은정 기자
합리적이거나 의미있는 제품을 선택해 구매하려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울산지역 유통계가 다양한 전략을 펼치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지출 규모를 줄이려는 품목은 가성비가 있거나 크기가 작은 제품을 선호하고, 구매력을 느끼는 품목에선 거침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의 씀씀이를 반영한 것이다.

20일 울산 남구의 한 케이크 전문점 진열대엔 새끼손가락 정도 크기의 일명 ‘한입케이크’가 진열돼 있다. 지름 4~5㎝가량의 작은 케이크는 한입은커녕 한숟가락 안에도 다 담기는 사이즈다.

최근 한두 달새 전국적 유행을 맞은 한입케이크는 일반적인 케이크에 비해 5000~1만원 정도 저렴하다. 이에 소비자들은 ‘굳이 많은 양이 필요치 않은 저렴하게 작은 제품을 구매하자’며 한입케이크를 찾는다.

이날 이 가게에서 받은 5개의 주문 중 3건이 한입케이크였다. 주문이 많은 날은 10개가 훌쩍 넘어가기도 해 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시험삼아 시작한 한입케이크 제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최근 디자인 개발에 돌입했다.

A씨는 “한입케이크가 재밌기도 하고, 제품 특성상 맛이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비싼 케이크를 사기보단 작지만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입케이크’‘한 송이 꽃다발’ 등 일명 가성비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전보다 정보를 얻기 쉬워진 소비 환경에 따라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성향이 영향이 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2024년 하반기 소비트렌드 세미나’에서 박춘남 닐슨아이큐 전무는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줄이고, 목적구매 성향이 확산하면서 필수재 위주의 소비패턴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장하는 브랜드들의 공통 키워드를 보면 웰니스 추구,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 반영, 가격 차별화, 맞춤형 개인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민중 UNIST 경영과학부 교수는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특히 젠지(Gen Z)세대들 사이에서는 합리적 소비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다양화 돼 이전에 비해 노력을 적게 하고도 필요에 맞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이날 울산의 또 다른 가게에서는 하나에 1만원이 넘는 식빵을 사기 위한 줄이 생겨나기도 했다. ‘아낄 땐 아끼고 쓸 땐 쓴다’는 요즘 소비자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남구 옥동의 한 빵집은 오전 10시가 개점 시간임에도 8시께부터 가게 앞은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게 앞에 줄을 선 40대 여성 B씨는 “오픈 시간에 맞춰오면 원하는 수만큼 구매할 수 없다”면서 “돈을 더 내더라도 몸에 좋은 재료를 많이 사용하고 맛이 좋은 빵을 구입하러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 구매가 덩달아 증가하는 것도 결국 정보화 시대 속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어떤 경우 경험적으로 큰 의의가 있는 상품은 높은 값에도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며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화하면서 입소문과 SNS 등의 영향력도 증가했다. 경험적 의미가 적은 상품엔 사전 비교해 절약을 선택하고 경험적 의미가 큰 상품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최근 소비 성향이 반영된 셈이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