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취월장 수국 페스티벌, 장생포 스토리도 만들기를

2024-06-24     경상일보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개최한 ‘2024 장생포 수국 페스티벌’에 역대 최다인 56만2720명이 다녀갔다고 남구청이 23일 밝혔다. 불과 3회차밖에 안되는 축제에 5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는 것은 가히 기록적이라고 할 만하다. 울산에 이름난 축제가 또 하나 자리매김한다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나 주민 자긍심 고취 면에서나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울산 남구청은 이 축제를 더욱 살려 전국축제로 키울 필요가 있다.

장생포는 국제포경위원회가 상업 포경을 금지한 1986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최대 포경기지였다. 한해 동안 무려 1000마리 이상의 고래가 이 항구로 들어와 해체됐다. 그러나 포경금지 이후 상권이 쇠퇴되고 인근이 산업단지로 개발되면서 장생포는 국가산업단지에 포위된 외딴 섬처럼 고립됐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장생포가 ‘장생포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마을은 반전을 시작했다.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문화마을, 고래바다여행선 등의 고래관광 콘텐츠가 더해지고, 수국축제가 인기를 끌면서 장생포는 변화의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이번 수국 페스티벌에는 평소 관람객의 6배 이상, 고래박물관과 생태체험관에는 3배 이상 많은 인원이 방문했다고 한다. 인근 상권에서는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해 일찍 문을 닫는 등 평소 4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이번 수국 페스티벌의 성공 요소는 ‘수국’과 ‘고래’라고 할 수 있다. 축제기간 대부분의 수국 페스티벌 참여자들은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문화마을을 다녀왔다. 수국와 고래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질적인 요소지만 이를 잘 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페스티벌은 입증해냈다. 꽃은 어떠한 내용의 축제에도 어울리는 요소들인데,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고래관광 자원들이 보조적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할 수 있다.

축제의 성공여부는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얼마나 다양하게 제공하느냐에 달려있다. 수국 페스티벌은 근처의 고래명소와 국내 최대의 산업단지, 그리고 동해바다를 끼고 있어 볼거리, 체험거리 면에서 그 어떤 축제보다 뒤지지 않는다. 다만 그 확장성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심도 있게 축제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주제와 의미를 부여시키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공해에 찌들었던 마을에, 한 때 집채만한 고래를 해체하던 마을에, 형형색색의 수국이 피어난 스토리도 페스티벌의 중요한 콘텐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