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청, 텃논 모내기

2024-06-24     경상일보

곡우가 지나고 소만이 다가올 때 울산시청 생활정원에선 신선한 행사가 열렸다. 곡우 무렵부터 물을 잡고 갈아 무논으로 만들었던 ‘텃논’에서 햇볕이 좋아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소만 무렵에 올해의 풍년을 기원하고 농사의 중요성을 새기면서 모내기를 마쳤다. 시장과 의장, 농민, 시민대표 등이 약 65평의 텃논에 모를 심었고 친환경 농사를 위해 미꾸라지, 우렁이(논고동) 등도 풀어 놓았다. 이제는 모가 자리를 잡아 제대로 된 논의 모습과 함께 왜가리가 먼저 알고 찾아와 먹이활동을 하는 도심 진풍경을 덤으로 선사하고 있다. 논 옆에는 원두막을 지어 여러 일들로 시청을 찾아오시는 시민들이 쉬어 갈 수도 있다.

시민들은 시청 정원 내에 조경수와 어우러진 논의 모습을 보고 뜨거운 반향을 보내주고 있다. “진짜 논이다, 왜가리가 있다”하며 처음 본 텃논에서 농촌지역을 지나며 본 왜가리의 모습을 도심 한복판, 시청 앞마당에서 볼 수 있는 것을 신기해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외부 지자체에서도 보러 오기도 했다.

텃논에서 재배되는 멥쌀과 찹쌀, 흑미 등 벼 3종은 청렴미로 명명되었다. 청렴미라는 이름은 공무원이 청사 내에서 청렴의 씨앗을 심고 키우며 청렴을 함께 실천하고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아 명명이 되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청사내 생활정원에 텃논을 조성하고 청렴미를 키워 도심 속 볼거리와 휴식처 제공은 물론 청렴미를 통해 공직자 청렴으로 더 크고 당당한 울산을 만들어 가겠다’라는 의미를 부여했고, ‘단풍 중에 가장 아름다운 단풍이 누런 벼’라고 강조한다. 시민에게 나락이 익어가는 모습과 먹거리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옛 추억을 되살리는 소중한 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선농단(先農壇)에서 농사의 신인 신농씨와 후직씨에게 제사를 지내며 그해의 풍년을 기원했다.

임금은 제사 후 ‘적전(藉田)’에서 친경을 했다. 이때는 농부 중에서 고령 다복한 사람을 모셔 임금님을 도와 같이 적전을 갈게 하며 농사의 소중함과 권농에 힘을 썼다고 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설렁탕이 이때 귀한 소를 잡아 많은 사람이 나눠 먹을 수 있도록 한 음식이라는 설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농사의 소중함은 변함이 없다.

시청 텃논이 농사의 소중함 만이 아니라 자라나는 새싹들에겐 체험 교육의 장소로, 시민에게는 휴식처로서 역할도 톡톡히 기대된다. 도심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에게는 멀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벼가 심어지고 자라는 모습, 벼가 열려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교육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시청을 찾는 시민에게는 새로운 볼거리가 된다. 벼가 자라고 누렇게 익어가는 나락을 보면서 옛날 누런 들판을 바라봤던 추억을 회상하며 잠시나마 행복한 미소를 짓게도 할 것이고, 논둑도 밟아보고 바로 옆 원두막에서 더위도 좀 식혀가는 여유도 가져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논 옆 나무 주위엔 벤치가 만들어져 있어 시골 정원 같은 느낌과 함께 망중한도 가져볼 수 있는 장소로 넓은 시청 정원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는 효과도 기대된다.

벌써 벼가 익어 벨 때를 기대해 본다. 다산 다복한 시민과 함께 웃음 가득한 수확과, 귀한 청렴미로 뜻깊은 음식을 만들고 나누면서 각자 서로의 1년 농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도 기대된다.

누렇게 영근 텃논을 상상하며 112만 시민 모두가 여망하는 청렴도시 울산, 일자리와 먹거리가 풍성한 울산, 인심이 넉넉한 울산을 그려본다.

임현철 울산시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