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50억미만 건설공사 안전은 누가 책임지나

2024-06-24     경상일보

필자는 지난해부터 매일 아침 건설업 사망사고를 조사한다. 정부 제공 사망사고속보를 활용해 사고원인을 조사한다. 현직(안전보건공단)에 있을 때 사망사고조사(수백여건) 경험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하루 1시간 내외 투자하고 있는데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해 2년째 블로그(울산안전, 퇴직일기)를 통해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사고사례는 동종 사고예방을 위한 핵심자료다. 사업주는 작업에 대해 상시 위험성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필자가 제공하는 사망사고원인조사 정보는 위험성평가에 가급적 반영(법위반사항)되었으면 하는 정보자료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처법 50인 미만 확대 이후 1분기 사망사고가 전년 대비 오히려 증가했다. 2024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138명(136건)으로 전년 동기 128명(124건) 대비 10명(7.8%)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산업 사망사고의 85%가 50인 미만(50억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건설업의 경우 50억 미만 건설공사는 안전관리자(법17조) 선임대상이 아니다. 현장에 안전 업무를 챙길 담당자가 없다. 2주마다 재해예방전문지도기관에서 방문해 기술지도를 하고 있으나 상주하는 담당인력 부재로 한계가 있다. 현장소장이 안전까지 담당해야 한다.

특히 20억 미만 소규모 건설공사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법15조) 선임의무 조차 없다. 관리감독자(법16조,현장대리인)가 안전업무를 챙겨야 한다. 안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관리감독자가 안전업무를 챙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50억 미만 건설공사 안전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현재로는 딱히 눈에 띄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안전선진국들의 경우에는 근로자를 직접 지휘하는 관리감독자(작업반장급이상)들이 안전을 챙긴다. 일정 작업 인원(8명 내외)마다 관리감독자를 배치해 작업상황을 밀착 감시하며 안전을 챙긴다. 안전에 대한 전문역량이 있는 사람을 관리감독자로 배치한다.

현장에서 안전업무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관리감독자들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해당 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표를 일상적으로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성평가표 작성이 처음에는 힘들겠으나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일상화 되어야 한다. 일정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교육도 받고 컨설팅도 받을 필요가 있다.

필자는 최근 3개월 동안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50억 미만 건설공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했다.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다 보니 공공발주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상 법적의무 사항에 대한 이행상태가 미흡했다. 공공발주 공사가 이러할진대 민간 건설공사는 오죽할까 싶다.

중처법의 핵심은 매뉴얼(체계구축)을 갖추는 게 아니라 매뉴얼대로 충실하게 이행하는지에 달려 있다. 법적 의무사항에 대해 이행하고 있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현장안전관계자(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들이 이행한 안전업무를 증빙해야 한다. 그 핵심이 상시 위험성평가다.

이번 공공기관 중처법 안전진단 현장은 50억 미만 건설공사로서 중처법이 제대로 이행되기까지는 갈길이 멀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망사고 발생시 경영책임자(사업주등)가 처벌을 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형식적인 서류라도 갖추어야 하는데 현장의 서류는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었다.

50억 미만 건설공사의 안전은 누가 책임져야 하나? 이 역시 대표이사의 의지에 달려있다. 50억 미만 중처법 확대로 중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본사에 안전전담자를 배치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나 이 역시 비용의 문제다. 전담자 배치가 어렵다면 반기별 이행점검 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장관계자(현장소장, 관리감독자)들의 중처법 이행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밖에 없어 보인다. 한술에 배부를 수 없다.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현장관계자 안전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결국은 사업주의 안전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