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끊임없는 변화 시도하길
울산 중심을 가로 지르는 태화강의 수질이 ‘좋음’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평가는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이 27년 동안 수질변화 특성을 분석한 결과 내려진 것이다. 수질 평가 기준인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등급은 매우 좋음(1 이하), 좋음(2 이하), 약간 좋음(3 이하), 보통(5 이하), 약간 나쁨(8 이하), 나쁨(10 이하), 매우 나쁨(10 초과)으로 구분되는데, 이번 ‘좋음’ 평가는 울산시민으로서 과히 자긍심을 가질만한 수치다.
태화강은 울산의 수질상태를 알려주는 시금석 역할을 해왔다. 수질측정을 시작한 지난 1997년 태화강의 수질은 차마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하류라고 할 수 있는 중구 태화동과 성남동 일대의 태화강에는 가정에서 흘러나온 오물이 떠내려 왔고, 물고기는 산소가 부족해 떼죽음을 당했다. 어쩌다가 강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피부병이 생겨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에 울산시는 모든 행정력을 태화강 수질개선에 쏟아부었다. 여러가지 사업 가운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가정 오수관 연결 사업이었다. 당시 하류 오염의 주범은 중·남구의 주택에서 쏟아져 나오는 생활하수였다. 이 생활하수는 우수 관로를 통해 그대로 태화강으로 유입됐다. 고민을 거듭하던 시는 대도시로는 처음으로 10여년 동안 별도의 하수관로을 만들어 주택과 연결했다. 또 곳곳에 하수처리시설을 만들었으며, 강바닥에서 썩어가는 찌꺼기는 모조리 끄집어냈다. 이같은 끈질긴 노력 끝에 하류지역의 BOD 평균농도는 1997년 10.0 ㎎/ℓ에서 2023년 1.6㎎/ℓ로 크게 개선됐다.
이번 연구는 태화강 상류 2개 지점, 중류 4개 지점, 하류 4개 지점 등 10개 지점에서 27년 동안 진행됐다. 이는 울산 환경의 변천사이기도 하다. 27년 동안 태화강 수질이 개선되면서 태화강은 ‘죽음의 강’이라는 오명 대신 ‘생명의 강’이라는 새로운 명칭이 붙여졌다. 현재 태화강은 1급 멸종위기 야생생물 수달과 2급인 삵 등 생물 453종의 터전이 됐다. 지난 2019년에는 국내 두번째로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모든 지역이 다 그렇듯이 도시는 강은 중심으로 발달한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강이 죽으면 도시도 쇠퇴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울산은 오는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할 계획이다. 울산은 이번 박람회 유치를 계기로 ‘생명의 강’을 대내외적으로 더욱 홍보하고, 그럼으로써 한단계 더 성숙한 생태도시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