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선택 아닌 필수

2024-06-25     경상일보

폐쇄경제 체제를 고수했던 조선의 개항 이전 대외무역은 국내총생산의 1~2%에 불과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개화파가 주도해 부국강병과 문명개화를 주창했고, 이승만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독립정신>(후록)에서 독립정신 실천 6대 강령과 25개 방책을 제시했는데, 가장 첫 번째로 통상을 강조했다. “통상하는 것이 지금 세상에선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근본이다”라고 했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는 혜안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8위의 통상대국을 일궈냈고, 금년에는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을 통해 수출 빅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금년 5월 기준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수출은 작년 10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무역수지도 1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런 호실적이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선박 등 대기업 중심 일부 주력 품목에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반면, 중소기업의 기여도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답보상태라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10년 이상 중소기업 수출액은 1100억 달러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며, 수출 중소기업 수도 9만4000개 내외에서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수출 중소기업 중 84%(79,531개)가 수출액 100만 달러 미만으로 영세 규모다.

울산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울산의 지난해 총수출액은 847억 달러로 전국 대비 13.8%를 차지하지만, 중소기업 수출은 24억 달러로 전국 중소기업 수출액 대비 2.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2년도에 비해 2억 달러나 감소한 상황이다. 수출 중소기업 수도 2021년 970여 개에서 2023년도에는 952개로 감소 추세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월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 지원 대책‘을 마련해 수출 활성화에 진력하고 있다. 이 대책은 ‘내수를 넘어 수출로’ ‘수출 넘어 해외로’ ‘해외 넘어 미래로’ ‘원팀 코리아’의 4가지 전략을 설정하고, 실행과제를 마련했다. 세부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내수기업의 수출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혁신기업과 유망품목을 집중 발굴·육성하는 한편, 테크서비스 등 새롭게 부각되는 분야를 정책 영역에 편입해 글로벌화 저변을 튼튼히 구축한다.

다음으로 제품 수출에만 초점을 두어왔던 정책을 개편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까지 과감히 확장한다. 이를 위해 현지 시장조사, 법인설립 등 해외진출 전용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다양한 수출마케팅 서비스를 적기에 지원받을 수 있는 수출바우처와 정책자금 운영방식도 개편한다.

셋째, 외국인 유학생을 글로벌 인재로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해외 수출규제 대응을 강화하는 등 중소기업 정책의 글로벌 지향성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민·관이 원팀으로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한다. 즉, 재외공관을 포함한 국내외 정부·공공·민간기관을 연결해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뒷받침한다.

글로벌화 지원대책 실행방안의 일환으로 울산지방청에서도 민관협업 글로벌 진출 및 역량강화 사업을 신설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BNK경남은행 및 HD현대중공업과 협업으로 ‘U-Global Bridge, Japan’이라는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기업 및 투자사 등과 국내 유망 스타트업 간 비즈니스 미팅, 네트워킹 등을 통해 내수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집중 지원한다. 또한, 금년 하반기에는 남부발전과 부산대, 부산·경남 중기청과 함께 원팀으로 부울경 소재 스타트업의 베트남 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스스로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출스타트클럽과 엑스포트클럽 간 멘토링과 해외진출 경험등 수출 노하우를 공유하는 ‘수출기업 네트워킹 데이’ 개최 등을 통해 울산 지역 기업 간 상호 글로벌 역량강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수출 중소기업은 전체 중소기업 대비 매출(17.2배), 영업이익(1.8배), 고용(5.1배) 측면에서 월등히 성과가 높다고 한다.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가 지역소멸 이슈 대응과 지역경제 활력 제고에 매우 중요하고 긴박한 이유다. 최근의 저성장과 내수시장 한계극복을 위해 내수 위주 기업들이 정부의 글로벌 진출 총력 지원체계와 프로그램들에 적극 도전해 볼 것을 권해 본다.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종택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