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29]]4부. 아름다운 호수 (7) - 글 : 김태환

2024-06-26     이형중

뒷좌석에 타고 있던 박씨가 물었다. 나는 초면인데도 장난기가 발동했다.

“초행길인데도 전생에 와 보았던 길 같아요.”

“아하. 그러세요. 제가 하려던 말인데요.

두 사람의 대화에 앞자리에 타고 있던 관장이 끼어들었다.

“어허. 초면에 두 분이 왜 이러시나? 나는 소설가들만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진실만 말하겠습니다.”

박씨의 대답에 세 사람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사이 대곡 박물관 주차장에 닿았다. 주차장 바닥엔 샛노란 은행잎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월요일이라 박물관 문은 닫혀 있었다.

세 대의 차에서 내린 일행은 수자원공사 박차장의 안내로 댐 입구의 현황판 앞으로 갔다. 커다란 현황판엔 댐에 관한 모든 자료가 적혀있었다. 댐 축조공사를 시작한 것은 1999년 4월 21일이었다. 담수를 시작한 것은 2004년 11월 30일었다. 그러니까 K시인과 처음 반구대 암각화를 보았을 당시에 이미 댐 공사가 시작되었었다. 내가 삼정 마을과 백련정을 찾았을 당시에는 한창 댐공사를 하면서 문화재 발굴을 하고 있을 당시였다.

현황판 설명을 마치고 일행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댐을 향해 올라갔다. 댐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포장길이었다. 길가엔 왕대나무 숲도 있고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었다. 드문드문 길가에 피어 있는 노란 들국화가 일행의 발길을 붙잡았다. 나는 박 차장과 나란히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갔다. 나이는 나보다 여섯 살이 아래였다. 그가 내 말투를 듣고 고향이 충청도냐고 물었다. 울산에서 30년을 넘게 살았어도 말투만큼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충북 괴산이 고향이라고 하자 자기 아버지의 고향이 괴산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좀 더 하다 보니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라는 지역까지도 똑 같았다. 나는 열한 살 때 그곳을 떠나왔지만 매년 할머니의 산소에 벌초를 다녔다.

“아버지의 고향이지만 고향 분을 만난 것처럼 반갑네요.”

“이렇게 만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기분이 드네요. 이런 행사가 아니었어도 대곡댐을 한 번 방문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나는 지금 대곡천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했다. 수자원공사에 부탁해서 배를 타고 대곡댐을 둘러보고 싶었던 참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배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작년에 수몰민을 태우고 성묘를 갔다가 익사사고가 발생한 뒤 배 운항을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배를 타지 않아도 댐 안의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높은 곳에 전망대를 새로 만들 예정입니다. 전망대 이름까지 지어 놓았는걸요. -호수정원 전망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