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배터리 공장 화재, 울산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 없다

2024-06-26     경상일보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일차전지 공장에서 큰 불이 나 작업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 불이 난 아리셀 공장은 ‘군 납품용 일차전지’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장소다. 일차전지는 이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리튬 자체가 반응성이 큰 금속이어서 고온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한다.

이번 화재 사건과 관련해 소방청은 다음달 9일까지 전국 전지 관련 213개 시설을 대상으로 긴급 화재 안전조사를 벌인다고 한다. 그리고 전국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화재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전지산업을 미래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울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아쉽다.

리튬 배터리는 휴대전화, 노트북PC, 전기차 등 일상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상온에선 안전하지만 높은 온도와 압력, 수분과 만나면 폭발이 일어나 연쇄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화재도 1개의 리튬 전지에서 발생한 불이 다른 배터리로 옮겨 붙으면서 대형 폭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문제는 리튬 화재에 대한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화재 위험성이 적다고 여겨져 ‘일반화학물질’로 분류해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리튬 전지 화재는 한번 열폭주가 일어나면 폭발과 유독가스가 발생해 화재 진압이 쉽지 않다. 이번 화재도 단 1개의 리튬 배터리에서 시작해 불이 다른 배터리로 옮겨 붙으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

리튬은 비교적 안전한 화학물질로 여겨지지만, 리튬전지는 폭발 사고나 화재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실제 군에서는 리튬 일차전지 폭발 사고가 상당히 자주 발생했다. 올해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에 발표된 논문 ‘개인 휴대용 군용 전원 발전 방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까지 10년간 육군에서만 95건의 전지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따라서 이번 화재의 원인 규명은, ‘물과 녹슨 철을 피해 보관’해야 한다는 보관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는 중소기업에서 발생했지만, 더 큰 규모의 공장에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정부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리튬전지 등 화학물질 화재용 소화용제 연구개발에 착수한다고 한다. 전기차 보급이 급속히 이뤄지는 이 시점에 울산도 이번 배터리 공장 화재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고 꼼꼼한 대책을 수립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