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업안전 및 방폭(폭발방지)의 중요성
지금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등 파괴적 혁신기술을 동인(動因)으로, 인류의 생활방식과 사회·경제의 운영방식을 바꾸는 4차산업혁명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자, 기계, IT 업종과 관계가 있으며 화학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로봇, 드론, UAM, 바이오, 3D프린팅, 이차전지, 친환경차 등에 필요한 첨단 신소재를 제공하는 화학산업도 이미 4차산업혁명과 가장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 모든 중심에는 ‘안전’이 자리잡고 있다.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각 사업장에서는 평상시에도 최선을 다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나, 아직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산업안전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은 늘 불안하다. 매년 전국의 산재(산업재해) 사고로 800명 이상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사고사망만인율은 최근 10년간 0.4~0.5‰ 수준으로 정체된 상태다. ‘산업수도 울산’의 2023년 사고사망자수는 13명으로 22년 대비 5명이 줄었으나, 올해는 현재 기준으로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울산은 산업단지가 도심 인근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울산대학교 산학협동관 국제회의실에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한국방폭협회 창립1주년 기념식 및 제40회 화학네트워크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방폭(폭발방지)’은 플랜트 등에 설치되는 기자재와 장비 등에 대한 폭발위험요인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조선해양 및 석유화학 산업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고압가스나 인화성 물질은 정전기나 작은 스파크에도 인화돼 자칫 큰 폭발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크다. 그러므로 방폭 구역에 설치되는 기자재는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방지 대책이 적용된 제품이거나 방폭 인증을 획득해야만 설치 및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관련 분야 유지보수와 서비스에 대한 규칙은 국제방폭인증제도에 의해 관리되고 있을 뿐이다.
(사)한국방폭협회는 방폭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안전산업의 기술발전을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의 안전한 생활에 기여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협회 사업으로는 방폭·안전 기술에 관한 조사, 연구, 교육, 개발, 출판 및 홍보, 방폭·안전 기술향상을 위한 세미나 개최, 방폭·안전 관련 사고예방 및 피해 경감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방폭·안전산업 관련 교육훈련 및 인력양성,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지원, 방폭 장비 및 기기 컨설팅, 방폭자격증제 도입 등이 있다. 또한, 협회 조직은 회장, 고문, 정책자문위원회, 기술자문위원회, 홍보위원회, 운영위원회 및 사무국으로 구성됐다.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선, 보다 안전한 울산을 위해서는 산·학·연·관·정·언이 맞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한국방폭협회가 중심이 되어 앞장서야 한다. 협회 사무국이 소재한 울산뿐만 아니라 여수, 대산, 포항 등 전국의 모든 산업단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하는 전국적인 조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날 정부부처(고용노동부), 지자체(울산광역시), 국회, 시의회, 경찰청, 소방본부, 대학교, 연구소, 공공기관, 안전 관련 유관기관, 석유화학협회, 언론, 그리고 울산·여수·대산·포항·서울 등에서 산업현장의 60여명 전·현직 공장장 및 안전환경 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것이다.
아무리 첨단기술이 개발되고 새로운 미래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신약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백신이나 항암제 등의 신약이 개발되어도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지 않으면’ 무용지물과 다를 바 없다. ‘한국경제의 심장’인 울산의 4대 주력산업은 석유화학, 자동차, 비철금속, 조선해양 등 장치산업이다. 그래서 안전은 떼래야 뗄 수 없고 늘 소지해야 하는 필수품과 같다. 안전에는 지름길이 없다. 기본과 원칙만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 위험을 바로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 ‘안전파수꾼’이라는 각오로 안전을 지켜나가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사)한국방폭협회 홍보위원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