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울산 ‘일용직 일자리’ 기근

해외 입국 등 거주지 미리 확인
공사장도 공사 멈추거나 연기
매출 줄어든 식당 등 자리 없어

2020-03-22     김현주
“전멸이에요, 전멸. 신종코로나 전에는 주말에 최대 50명씩 가사도우미를 파견했는데 지금은 0명입니다. 일자리 없냐고 물어보는 전화가 계속 오는데 저희도 답답하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공사장 일용직이나 가사원을 포함해 아르바이트 시장도 일자리 기근을 겪고 있다. 특히 기존 대리운전 종사자나 식당 종업원 등이 실직하고 일자리 시장으로 다시 내몰리지만 일자리는 오히려 크게 줄어들면서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일 방문한 울산 중구 가구거리 일원. 이 일대는 인력사무소가 많이 몰려 있어 일자리를 찾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새벽마다 모여든다. 이날 만난 한 인력사무소 소장 A씨는 “신종코로나 이후 공사장 중 일부는 공사 시작 날짜를 미루거나 아예 공사를 멈춘 곳도 있다”면서 “대형 공사장의 경우 공기를 맞추려고 사람을 뽑고는 있지만 인원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몇 년 전만 해도 현대중공업의 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이 많이 찾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리운전 기사는 물론 식당 사장까지 가게 문을 닫고 일용직 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도 신종코로나 때문에 더 복잡해졌다. 업체에서 대구·경북 지역이나 해외에서 입국한 이력이 있을 경우 아예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인력사무소들은 사전에 지원자들의 거주지, 출신 지역 등을 미리 확인하고 있다. 또 과거에 선호됐던 외국인 노동자는 신종코로나를 이유로 아예 채용을 하지 않는다.

가사원의 사정은 더 나쁘다. 가사원의 경우 대부분 식당과 연계해 직원을 파견하는데, 신종코로나 유행 직후 식당마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가사원을 부르기는커녕 오히려 기존에 있던 직원마저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북구에 위치한 B가사원 소장은 “신종코로나 사태 이후에 가사도우미를 부르는 식당이 대폭 줄더니 최근 몇 주 째 가사도우미를 부른 식당이 한 곳도 없다”면서 “이번주에 겨우 식당 한 곳에서 직원을 요청해 가사도우미 3명을 파견했다”고 토로했다. B가사원은 주말엔 평균 30여명, 많을 땐 50여명까지 가사도우미를 북구 전역에 파견했지만 신종코로나 사태 이후 가사도우미 파견율이 신종코로나 사태 직전 대비 90~95% 가까이 줄어들었다.

알바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와 울산 지역 인터넷 카페에도 단기 근무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넘쳐난다.

이처럼 울산을 포함해 전국이 신종코로나로 일자리 기근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에선 인력이 부족한 약국에 인력을 연결해주거나 공공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일자리 대책을 내놓고 있어 울산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시는 시비 2억5800만원을 투입해 해고된 청년(만 18~34세)들을 대상으로 인력이 부족한 약국에 일자리를 연계해주는 사업을 준비중이다. 고양시 역시 일자리를 잃은 소상공인 자녀 등을 한시적으로 채용하는 공공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