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한글정원숲 조성 1년 ‘잡초만 무성’
2024-06-26 강민형 기자
25일 중구 성안동 한글정원숲. 지난해 5월 조성된 숲 입구에 들어서자 다리 높이까지 자란 무성한 잡초 사이로 공용 쓰레기 마대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정원 안에는 바닥에 돌이 깔린 세갈래의 산책로가 있는데, 제일 왼쪽 산책로는 성인 여성 키보다 높이 자란 풀들로 산책로가 가려져 진입이 어려웠다.
산책로 중간 지점에 있는 ‘한글정원숲’이라고 적힌 벤치와 달 모양 벤치 등도 잡초 사이에 가려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글정원숲 입구에 설치된 ‘함월둘레길’ 표지판을 따라 난 길도 잡초에 가려지거나 경작지로 막혀 있었다. 정원 뒤쪽으로 이어진 성안 옛길도 상황은 같았다.
성안 옛길을 따라 내려가자 함월 유아숲 체험원 입구 표지판과 성안 옛길 쉼터가 나왔다. 쉼터는 인접한 나무에 현수막을 엮어 그늘막처럼 이용하고 있어 개방 공간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자 형태의 쉼터 바닥과 일원에는 장판, 버려진 자동차 매트 등이 깔려있고 쉼터 안팎으로는 모기향이 피워진 채 방치돼 있어 화재가 우려됐다.
쉼터 주변으로 시계, 라이터, 아이스박스, 주전자 등이 놓여있어 생활공간을 방불케했다.
중구는 지난해 3억원을 투입해 한글도시 사업 일환으로 성안동 산 120 일원 1006㎡ 면적에 한글정원숲을 조성했다. 중구는 정원에 에메랄드그린 17그루, 블루엔젤 16그루, 화살나무 710그루, 꽝꽝나무 90그루 등을 심었다.
이곳은 달빛누리길과 연계해 정비되면서 이색 산책 공간으로 주민들에게 입소문을 탔지만 정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일부 시설물이 사유화되면서 주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중구는 총 111곳에 달하는 공원을 34명의 기간제 작업자들이 나눠서 맡고 있고, 함월 근린공원 내 정원, 주차장, 휴게광장 등은 중구 관리 시설물로 분류돼 직접적인 제재 권한이 없어 관리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구 관계자는 “달빛누리길 일원으로 풀베기 작업을 마쳤고 화재 등 안전이 우려되는 사안은 현장에 나가 권고할 계획”이라며 “함월둘레길은 일부 사유지와 뒤섞여 길이 사라지는 등 정비 필요성을 인지했지만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즉각 정비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