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서위기학생에 대한 최상의 대책은 체계적 진단·치료 뿐

2024-06-27     경상일보

울산교사노조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울산 유·초·중·특수교육 교원 128명을 대상으로 ‘2024 심리·정서·행동 위기 학생에 대한 학교 현장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교사 92.2%가 정서위기학생으로 인해 수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의 방해를 받았다고 답했다. 외부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서위기학생이란 심리 또는 행동에 문제가 있어 교육 활동에 정상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을 말한다. 대표적인 경우로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를 가진 학생을 들 수 있다. 이번 울산지역 실태조사에서는 다양한 행동 사례가 나왔다. 한 학생은 친구와 마찰이 생기자 목숨을 끊겠다며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거나, 화가 났다며 앞에 있던 친구의 목덜미를 잡아당겨 욕설을 하고 제지하는 교사의 손에 손톱으로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또 한 학생은 친구 물건을 무단으로 빼앗아가는 것을 본 교사가 이를 지도하자 분을 못이겨 교사에게 발길질을 하고 욕설을 하거나 교사를 신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정서위기학생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많은 교사들이 고민을 해왔고, 같은 반 학부모들도 대책 수립을 요구했으나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이달 초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전주 모 초등학생의 교감 폭행 사건이 보도된 후, 국민들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대다수 교사들은 정서위기학생 문제는 교육과 지도로 해결 가능한 범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해당 문제를 학교 내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답한 교사는 97.6%, 의료 차원의 진단·치료·상담이 필요하다고 답한 교사는 100%로 나타났다. 그러나 진단 및 치료가 강제가 아니며 학생·보호자와 관계가 악화하거나 민원·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에서는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학부모 동의 없이도 정서·행동 위기학생으로 선정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자녀를 엉뚱한 방향으로 과하게 보호하려는 부모들이 너무나 많다. 이들 때문에 우리 사회와 교육이 왜곡되고 많은 주변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해당 학부들은 반드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육 당국은 이같은 정서위기학생들이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해 보다 근원적인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