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울산소방본부, “제2의 화성 참사 막으려면 대피 최우선”...이차전지 업체 긴급점검 및 대피훈련
“화재 발생 시 공장을 버리더라도 대피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23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가운데, 26일 울산소방본부는 전지(배터리) 관련 공장들에 대한 긴급 합동 점검에 나섰다.
이날 울산소방본부는 국가 보안 핵심 시설이자, 울산 유일의 이차전지 조립 공장인 북구 중산동의 NVH(주) 코리아(이하 NVH)에서 평시 화재 대비와 대피 훈련을 선보였다. 화재 방지·대비 시설에 대한 설명에 이어 불시에 걸린 화재 경보를 통해 평소 화재에 대한 대비 태세를 보여줬다.
NVH 관계자는 “제품(전지)에서 불이 나면 방열복으로 입고 이산화탄소 소화기로 불길을 잦아들게 한 뒤 소화포로 덮는다. 이후 소화포를 덮은 채로 인근의 염수조에 담가 화재를 진압한다”며 “자동화된 각 공정마다 감지기를 설치해 제품에서 화재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염수조에 담가 화재를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존하는 대부분의 소화기로 자체 실험을 실시한 뒤 성능이 우수한 것만 공장 곳곳에, 법정 기준보다 많이 배치해 뒀다”며 “가장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완진은 어렵지만, 불길을 잦아들게 만드는 이산화탄소 소화기”라고 덧붙였다.
NVH의 화재 대비의 핵심은 염수조다. 3.5%의 소금물로 이뤄진 염수조는 리튬전지 등의 산화 작용을 촉진해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이다.
또 모든 직원이 방독면을 구비하고 긴급 배연 설비를 구축해 화재 시 발생하는 유해 가스로 인한 질식사, 피해 등을 대비하고 있다.
NVH 관계자는 “우리는 초기 불량품을 거르기 위해 제품 제작 후 3개월이 지난 제품만 반입하는 등 공정상 불안정한 과정을 모두 외부에서 거쳐 들여온다”며 “또 조립 공정이 전부 자동화되고 적재를 무인으로 하는 등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고, 화재 발생 시 주위에 경고 뒤 곧바로 대피하도록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폐배터리 반출 시에도 외부 충격으로 인한 화재 사례를 반영해 염수조에 담근 채로 반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방 관계자는 “화성 화재의 경우 배터리 한 개에 불이 붙으면서 급속도로 확산했다. 다량의 화염과 연기, 폭발이 연이어 발생해 다수의 작업자가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며 “화재 발생 시, 공장 내 화재 발생 사실을 신속히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시 비상벨을 눌러 직원들의 신속한 대피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울산소방본부는 볼튼(주)을 시작으로 내달 15일까지 3주간 전지 관련 화재 및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해 울산 내 전지 관련 공장 12곳에 대한 긴급 합동 점검을 실시한다.
△전지 제품 다량 적재 △작업장 안전 관리 실태 확인 △소방시설 및 피난·방화시설 유지·관리 △비상 상황을 고려한 자위소방대 훈련 및 운영 실태 △위험물 저장·취급 및 안전 관리 규정 준수 여부 △가설 건축물, 컨테이너 등 설치의 적정성 확인 △외국인 근로자 화재 시 대피 요령 교육 여부 등 7개 사안을 중점 점검한다.
이재순 울산소방본부장은 “전지(배터리)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 관리, 화재 발생 시 행동 요령 등 소방 안전 자문과 함께 법령 위반 여부를 확인해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 명령을 내리는 등 3주간 정밀한 합동 점검으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