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교사 92% “정서위기 학생으로 수업방해 경험”

2024-06-27     박재권 기자
울산 교사 대다수가 정서 위기 학생들로 인해 수업 방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교사노조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울산 유·초·중·특수교육 교원 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심리·정서·행동 위기 학생에 대한 학교 현장 실태 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정서 위기 학생이란 심리 또는 행동에 문제가 있어 교육 활동에 정상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을 뜻한다.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을 가진 학생이 포함된다.

조사에서 교사 92.2%는 정서 위기 학생으로 인해 수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의 방해를 받았다고 답했다.

사례를 살펴보면, 친구 물건을 무단으로 빼앗아가는 것을 본 교사가 이를 지도하는 중 자기 분에 못 이겨 학생이 교사에게 발길질을 하거나 욕설 등을 했으며 오히려 교사를 신고하겠다며 지도에 불응한 일도 있었다.

또 수업 중 친구와 마찰이 생기자 목숨을 끊겠다고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거나, 화가 났다며 앞에 있던 친구의 목덜미를 잡아당겨 욕설을 하고 제지하는 교사의 손에 손톱으로 상처를 낸 사례도 있었다.

교사의 78.9%는 정서 위기 학생으로 인해 교권 침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도 응답했다. 이들의 보호자에 의한 악성 민원을 받은 경험은 48.4%로 나타났다.

특히 교사의 97.6%가 정서 위기 학생을 학교 안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답했고, 100%가 이들을 위한 의료 차원의 치료 및 상담이 필요하다고 봤다.

교사들은 △문제 행동 학생 분리 지도가 가능한 법 제도 정비 △진단·치료 등 지원 근거 마련 △정서 위기 학생을 위한 병원 학교 및 공립 대안 학교 확대 △외부 기관 연계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광식 울산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번 조사는 정서 위기 학생을 돕고 싶지만 학부모의 반대와 아동 학대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교사의 입장을 잘 말해주고 있다”며 “교육 당국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연계해 정서 위기 학생의 치료와 교육에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