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 의장선거 결과 혼란 가중

2024-06-27     전상헌 기자
‘3차례 투표 모두 11대11’ ‘선거무효’ ‘선거 결과 정정해야’.

제8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결과를 놓고 시의회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의장 후보 2명에, 나머지 시의원들이 절반씩 지지세를 보이며 의회가 반으로 갈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선거 결과를 놓고 해석이 분분한 데다 역대 전례가 없는 사태여서 의원들이 합의를 끌어내고 상황을 정리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기환 울산시의회 의장은 26일 의장실에서 공진혁·권순용·손명희 의원 등 3명의 감표위원과 황상규 시의회사무처장 등 의회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성룡 의원의 시의장 당선을 결정지은 ‘이중 기표 투표지’에 대한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25일 열린 울산시의회 제8대 후반기 의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이성룡 의원 11표, 안수일 의원 11표 득표로 ‘울산시의회 회의규칙’을 준용해 다선인 이 의원이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이날 오전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가 들어온 것은 이성룡 후보측의 유효표로 계수되며 ‘동수’(同數)로 다선 후보가 당선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투표지다. 만약 무효표로 인정됐다면 결선투표였기에 출석의원 과반을 득표하지 않더라도 다수 득표자가 당선돼 안수일 후보가 의장으로 선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등 선거 규정’ 제6조(무효·기권) 5호에 따르면 ‘동일 후보자란에 2개 이상 기표된 것’은 무효·기표로 처리한다.

앞서 25일 개표 당시 감표위원들이 발견하고 사무직원에게 유·무효 확인을 요청했고, 이를 위해 김 의장이 잠시 정회를 선포하기도 했다. 사무직원이 외부로 나가 선거관리위원회와 2차례 통화 후 ‘유효’라는 답변을 받았다. 선관위측은 공직선거법 제179조(무효투표) 4항의2 ‘동일한 후보자란에만 2 이상 기표된 것은 무효로 하지 아니한다’는 선관위 관할 선거 규정을 들어 설명한 것이지만, 국회의장 선거에서 가부(可否) 수기표 등을 따르는 ‘국회법’을 비롯해 규정이 있는 선거에서는 별도의 규정을 따르는 원칙에 따라 울산시의장 선거에서는 ‘울산시의회 의장 등 선거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에 따른 이의제기로 열린 긴급회의에서 당시 표를 직접 확인한 감표위원 3명은 모두 ‘두 번 찍은 것’이란 점에는 동의했다.

일부 “기표 과정에서 미끄러진 것”이라거나 “희미하게 찍혀서 다시 찍은 것”이란 주장도 있었으나, 실제 투표지를 확인했던 감표위원들은 재연까지하며 기표용구에 새겨진 ‘人’가 ‘K’ 혹은 ‘A’자로 보였다는 의견에 함께 “2번 찍었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고 했다.

이에 안수일 의원도 이날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진행된 후반기 의장 선거 투표 결과를 정정할 것을 촉구했다.

안 의원은 “감표위원이 이에 대해 사무직원에게 의회 관련 규정을 문의했으나 사무직원은 관련 규정이 없다고 했다”며 “이에 감표위원들은 선관위로 문의해 달라고 요청했고, 사무직원이 외부로 나가 선관위와 통화 후 ‘유효’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의회 내 관련 규정이 존재함에도 사무직원의 잘못된 정보전달과 미숙한 선거 진행으로 무효표가 유효표로 둔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유효로 인정된 1표를 무효로 정정해 이에 따른 선거 결과 또한 정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차후 절차에 따라 모든 대응을 다 해나갈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자리 욕심보다는 의회의 민주적 절차와 재발 방지를 위해 끝까지 진위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성룡 의원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시의장에 당선됐다. 의장 투표에서 정당하게 승리했고, 시의회에서 확정 의결까지 된 사항이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의회사무처는 1997년 시의회 개원 당시부터 있던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등 선거 규정’ 내 조항을 확인하지 못한 점에서 업무상 과실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의회 역시 현재 의장 선거 무효표 논란을 비롯해 의회운영위원장 재선거 등 현안 사안과 관련해 이른 시일 내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하루빨리 사태가 해결돼 소통과 화합으로 하나되는 의회, 실력으로 존경받는 의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