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무용단 ‘서퍼-파도를 기다리는 사람들’ 공연을 보니, 나무 서핑보드 활용 힘있는 군무에 압도
“다이내믹한 공연에 90분이 ‘순삭’(빠르게 사라진 듯한)된 느낌입니다.”
박이표 울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부임한 후 첫번째 정기공연인 ‘서퍼-파도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난 6월28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서핑을 모티브로 한 작품답게 나무로 된 서핑보드와 비치타월, 비치스카프를 입은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지난 3월 서퍼 공연의 스핀오프로 공연한 ‘춤 비나리 <벨신>’ 공연과 익숙하면서도 디테일해진 무대는 관람객들의 몰입감을 높였다.
공연은 35인의 무용수가 큰파도를 기다리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나무로 된 서핑보드를 타거나 세우는 등 다양하게 펼쳐지는 에너지 넘치는 군무는 관람객들을 압도하며 순식간에 공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1장 해변의 야상곡, 2장 한밤의 유희, 3장 서퍼는 지난 3월 선보인 ‘춤 비나리 <벨신>’이 떠올랐다.
그리워하던 임을 만났는데 금방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2인무 옴니버스 ‘별빛 아래’와 여인의 모습을 한 칠성신의 춤 ‘달빛 아래’는 밴드 잠비나이, 시립무용단 국악연주단, 조윤영 정가 보컬리스트의 협연과 어우러져 감정을 극대화시켰다.
히잡을 쓴듯한 여성 무용수 2명이 앉은 나무 벤치가 시소처럼 움직이는 장면과 선글라스를 낀 2명의 남자 무용수가 등장하며 음악이 전환되는 장면은 소소한 웃음 포인트였다.
이어 사물놀이와 함께 펼쳐진 난장춤판은 관람객의 호응을 이끌며 하나가 됐다. 화려한 발재간의 춤과 나무 작대기를 이용한 호흡이 돋보이는 춤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개인 비치타올을 바닥에 깔고 잔잔한 음악에 맞춰 하나의 동작을 하는 장면에서 관람객들의 호흡도 잦아들었다.
무용수들은 서핑보드를 모아 제단을 쌓고 그 안으로 본인이 입고 있던 비치타월과 스카프를 던졌는데 이는 큰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이 하는 기원 의식이었다. 비치타월과 스카프를 던진 서퍼들이 무대 안으로 사라지면서 공연은 마무리됐다.
이번 공연은 대공연장에서 열린만큼 확장된 공간감이 인상적이었다. 또다른 천막이 열리고 새로운 공간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마치 파도가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나무로 된 서핑보드를 세우거나 다른 곳으로 뛰어가는 모습은 서퍼들이 원하는 파도로 뛰어가는 모습인 동시에 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피하는 모습 같았다.
박미숙(53·남구 옥동)씨는 “90분 공연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무용수들의 표현력과 감독의 창작성이 돋보이는 무대였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울산대에 유학 온 아담(24)씨는 “혼자서 울산문화예술회관에 자주 공연을 보러오는데 이번 공연도 너무나 좋았다”며 “첫 장면에서 무용수들이 단체로 군무를 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