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극단 푸른가시 ‘96m’ 대한민국연극제 울산대표로 공연, 잦은암전·의상문제 등 개선, 전국무대에 첫선
2024-07-01 권지혜 기자
지난 6월29일 찾은 경기도 용인시 용인시문예회관 처인홀.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에 울산 대표로 참가한 극단 푸른가시의 ‘96m’가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비오는 궂은 날씨에도 전국 각지에서 200여명의 관람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주인공 중호(이현철 분)가 딸 세령(구경영 분)의 어머니인 진홍(김미영 분)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연극이 시작됐다.
현재로 돌아와 여주인공 세령과 딸 영민(김경은 분)·미연(이반디 분)의 분주한 아침 모습이 그려졌다. 전우수 극단 푸른가시 대표가 연습 때 주문한 것처럼 세령의 어투가 수용적인 느낌의 부드러운 어투로 바뀌자 주인공 중호가 울산연극제 때보다 더욱 돋보였다. 중호의 일기장을 통해 아버지가 과거에 저질렀던 과오를 알게된 후 태도 변화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중호가 과거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전민수 배우가 경감 역할로 합류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중호에게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지시한 악역답게 극의 긴장감을 높였으며, 연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더욱 와닿았다.
전쟁영상이 나오면서 국민연맹보도 사건으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과 진홍을 안고 흐느끼는 중호의 모습이 몰입감을 높였다. 중호와 진홍의 서사가 늘어나면서 중호가 동네 뒷산에 올라 돌탑을 쌓는 이유에 대한 공감도 커졌다.
이외에도 울산연극제 때 개선될 사항으로 꼽힌 잦은 암전과 의상 문제을 극복했으며, 중호가 춤을 추며 웃는 모습으로 연극이 마무리되면서 처음 진홍이를 부르는 장면과 일치돼 여운을 남겼다.
특히 울산의 이야기를 연극화해서 타 지역 사람들에게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울산 문화예술인 등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문덕환(52·울산 남구)씨는 “태어나서 두 번째로 연극을 보러왔다. 울산의 이야기가 잘 없는데 울산의 이야기를 주제로 잘 다룬거 같다”며 “영화와 달리 연극은 배우와 직접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오래 남는거 같다. 앞으로 울산 연극에 더욱 관심을 갖고 보러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성을 살린 사투리 연기에 대사를 잘 알아듣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사 전달력 문제는 과제로 남았다.
전우수 극단 푸른가시 대표는 “첫번째로 공연해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메시지는 잘 전달된 것 같다”며 “새로운 공간에서 울산의 이야기를 연극화해 타지역 사람들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이바지했다는데 대해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16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오는 7월23일까지 열린다. 마지막날인 23일 오후 4시 폐막식과 함께 시상식이 진행된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